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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고객의 구매 결정 변수, 세일즈맨일까 제품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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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경랑의 4050세일즈법(41)

이제 막 보험영업을 시작한 이미래 FP. 예전 직장에서 알고 지내던 거래처 사장에게 보험회사 명함을 주고 인사를 나누었다. 걱정과 달리 반갑게 맞이해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사장이 “예전부터 우리 일도 많이 도와줬는데, 작은 거라도 하나 해주고 싶어요. 하나 권해주시면 가입하도록 할게요”라는 것이 아닌가?

감사한 마음에, 배운 대로 고객 정보를 받고 다음번 제안 상담 약속도 잡았다. 그런데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하니 괜한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그냥 안면에 기대어 영업하게 되는 건 아닌지,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고객의 니즈를 불러일으키면서 전문가처럼 제대로 상담하고 싶다는 생각이 깊어지자, 그냥 하나 가입해 주겠다고 하는 이야기에 왠지 자존심도 상하고 앞으로의 일에 대한 자신감마저 위축되는 기분이다. ‘이렇게 계약을 진행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과 함께.

세일즈맨은 자신의 역할이 작아보여도 그 의미를 찾고 최선을 다해야 하며, 고객이 제품을 더 잘 이해하도록 질 좋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사진 pxfuel]

세일즈맨은 자신의 역할이 작아보여도 그 의미를 찾고 최선을 다해야 하며, 고객이 제품을 더 잘 이해하도록 질 좋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사진 pxfuel]

10년 차 자동차 영업사원 최 팀장은 이번 달 당직 날짜를 정하면서 운세를 미리 점검해 본다. 당직 날 좋은 손님이 들어와야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절하게 설명하고 서비스 응대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고객이 내 설명이나 설득 때문에 자동차 구매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결정은 고객이 하는 것이고, 고객의 그 날 컨디션, 자동차에 대한 사전 정보, 의사결정에 대한 여러 여건 등에 따라 구매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가끔 회사에서 고객 서비스나, 영업 능력에 대해 평가하거나 교육을 할 때면 특별한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고객은 ‘제품’을 보고 결정하지, ‘세일즈맨’의 역할은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후배나 주변 동료들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조차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일즈의 영향력, 혹은 제품의 영향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고객은 ‘사람’을 보고 결정을 하는 걸까, 아니면 ‘제품’을 보고 결정을 하는 걸까? 그렇다면 세일즈맨은 어떻게 판단하고, 자신의 세일즈를 펼쳐가야 할까? 고객이 ‘나를 보고’ 계약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고객은 ‘제품만 보고’계약을 한다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위 두 명의 세일즈 사례는 실제 세일즈 현장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이 두 가지 사례를 곰곰이 따져보며 세일즈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다. 어려운 주제는 아니다. 하지만 세일즈 현장에서는 극단적인 이 두 가지 질문을 명료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객을 이해하는 지혜이기도 하고, 세일즈의 역할에 대한 확신이기도 하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세일즈를 해야할지 에 대해 폭넓은 관점과 구체적인 실행력을 만들어 내는 토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례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좀 더 쉽고, 명료해진다.

이미래 FP의 고객은 정말 사람에 대한 고마움·인간적인 신뢰·보답 등의 다양한 이유로만 보험에 가입하는 걸까. 혹시 최근에 보험에 대한 필요성을 느낄만한 직·간접적인 경험을 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보험에 대해 평소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최 팀장이 만나는 고객은 정말 ‘최 팀장’과는 아무 상관 없이 자동차를 사게 될까. 최 팀장이 말하는 ‘친절함’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일까. 자동차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궁금증이 해결되고, 최 팀장의 이야기를 ‘믿을 만한’ 정보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설사, 자동차 구매를 ‘거의’ 결정하고 매장에 들어온 고객이라 할지라도 세일즈맨의 응대에 따라 다음으로 미루거나, 다른 제품을 좀 더 비교해 봐야겠다거나, 이 세일즈맨 (혹은 이 브랜드)과의 거래는 안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하게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구매 결정에 대해 세일즈맨의 영향력이 제로인 상태는 없다. 제품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고객도 없다. [사진 pxhere]

구매 결정에 대해 세일즈맨의 영향력이 제로인 상태는 없다. 제품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고객도 없다. [사진 pxhere]

당연한 이야기이다. 정리해보면 간단하다. 아무리 고객이 ‘세일즈맨만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고 표현한다 하더라도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없다면, 구매 결정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제품이 좋다고 구매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일지라도 그 안에는 가볍게 혹은 중요하게 세일즈맨의 영향력이 가미된다고 봐야 한다.

세일즈뿐 아니다. 음식점에서의 ‘친절’과 ‘정성’ 같은 고객 응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불친절하다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친절하다 하더라도, 음식이 맛있지 않으면, 그곳에 다시 가기가 쉽지 않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무조건’이라는 전제만큼 오류를 범하기 쉬운 가정은 없다. 결국 많은 일은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세일즈맨은 세일즈맨의 영향력에 대해, 그리고 고객이 제품을 어떻게 이해하고 만족하는가에 대해 모두 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연히 맺어진 인연의 고객이라 하더라도, 혹은 제품이 마음에 들어 산다고 말한다 하더라도 세일즈맨은 크건 작건 자신의 역할로 인해 고객이 된 사람이라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객에 대한 감사함과 함께 자신의 역할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세일즈맨 자신의 영향력이 크다고 느낄 때도 마찬가지이다.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돕고 더 좋은 제품,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래 FP는 자신과의 인연으로 계약하겠다는 고객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제안을 해야 한다. 고객이 생각하는 미약한 니즈를 최선을 다해 더 강화하고, 고객이 보험을 통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최 팀장도 마찬가지이다. 고객에 대한 친절함이나 자동차에 대한 설명 등이 고객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해하고, 고객이 그러한 최 팀장의 노력에 대해 인정한 결과가 계약으로 이어짐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객에 대한 감사함, 더 나은 서비스와 전문성에 투자할 수 있고, 자신의 세일즈 역할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일즈맨의 영향력이 제로인 상태는 없다. 제품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고객도 없다. 비즈니스는 물론 우리의 삶 속에서의 다양한 결정과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인연이나 관계의 의미가 제로인 경우도 없고, 상호 간의 이익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관계도 없다. 세일즈맨은 자신의 역할이 단 1%의 영향력이라 하더라도 의미를 찾고 최선을 다해야 하며, 고객이 제품을 더 잘 이해하도록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기에는 고객에 대한 감사함과 세일즈 역할에 대한 자부심이 함께 녹아 있어야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관계의 소중함을 잊지 말고, 동시에 상대방의 이익을 존중하고 선행해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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