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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세계 첫 인앱결제 금지법…네이버·카카오 족쇄 풀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월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전체회의에서 '인앱 결제' 강제 도입을 막는 이른바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임현동 기자

7월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전체회의에서 '인앱 결제' 강제 도입을 막는 이른바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임현동 기자

구글・애플 등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가 자사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게 막는 ‘인앱결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13개월 만이다. 앞으로 앱 개발사는 구글·애플의 앱마켓에서 출시한 앱 내에서 결제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게 왜 중요해?

・전 세계 앱마켓의 90% 이상을 점유한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정책을 규제하는 법이 한국에서 세계 처음으로 마련됐다. 지난해 법안 발의 후 양대 앱마켓은 수수료 인하・연기 등 개선안을 내놓으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입법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최근 유사한 법안이 미 의회 상·하원에서도 발의된 만큼, 한국발 인앱결제 방지법이 미국・유럽 등의 반(反)독점 규제 도미노의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동시에, 한국에서 글로벌 IT 기업을 겨냥한 법안이 잇따라 등장한 데 따른 부담도 있다. 지난 7월 국회에선 구글·넷플릭스·페이스북 등 콘텐트 사업자들에게 인터넷 망이용료 부담을 의무화한 '인터넷망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김영식 의원)이 발의됐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일명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이어, 글로벌 IT 기업의 망 품질 관리 책임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넷플릭스법 도입 때도 통신사가 할 일을 콘텐트 사업자에 전가하는 법이란 비판이 있었으나 '국내 기업 역차별론'이 우세했다. 한국 IT 기업이 지는 의무를 글로벌 IT 기업에도  물려야 한다는 여론이었다.

・이렇다보니 이번 인앱결제 방지법도 글로벌 기업에 열세인 국내 플랫폼을 보호하기 위한 법 아니냐는 일부 지적이 있다. "앱마켓 수수료 30%는 과하다"고 주장해온 카카오나 네이버 역시 이모티콘 창작자들로부터 소비자가의 30~40% 가량을 수수료로 받고 있다.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관련 주요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 관련 주요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법안, 핵심이 뭐길래

개정 법의 핵심은 50조(금지 행위) 1항. '앱마켓의 금지 행위'가 구체적으로 적시된 부분이다.
①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결제 방식 강제 금지② 모바일 콘텐트 등록시 부당지연 금지③ 모바일 콘텐트에 대한 부당삭제 금지

당초에는 '다른 앱마켓 출시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었지만, 공정위와 규제와 중복이란 지적에 최종안에선 제외됐다. 인앱결제 강제를 구체적으로 금지하긴 했지만, 구글이나 애플이 앱 개발사를 인앱결제로 '유도'하는 것까지 막긴 어렵다. 특히, 국내 IT 업계는 구글·애플이 타사의 결제방식에 별도 수수료를 부과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다른 결제수단을 택한 앱 개발사의 수익이 인앱결제 때보다 줄어든다면, 인앱결제의 지배적 지위가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구글 등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연합뉴스]

구글 등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대체로 "(법안 통과는)독과점을 견제하고 산업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란 입장이다.그러나 앱마켓의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조치란 평가도 있다. 유효상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 교수는 “구글에 낼 수수료 부담이 커질 기업은 극히 일부(전체의 0.03%)고 나머지 대부분은 앱마켓을 통해 혜택을 입는 중소 개발자들”이라며 "이번 법안으로 구글이 입는 타격보다 중소 개발사들의 불안이 더 크다"고 했다.

그래서, 누가 좋아지나

개정 법이 시행되면 네이버·카카오·게임사 등 앱 내 유료결제가 많은 국내 플랫폼 업체들은 자체 결제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 낼 뻔 했던 수수료를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에 따르면 인앱결제 수수료 30% 적용시 네이버·카카오 등 콘텐트 기업의 추가 부담은 연간 약 51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인터넷기업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모바일 콘텐트 산업이 매년 10%이상 성장하는 만큼 2025년에는 앱마켓 수수료 부담액이 5조3000억원을 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은 직접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수석 부회장사로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박성호)는 "창작자와 개발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공정한 앱 생태계 조성을 기대한다"며 "앱마켓 사업자 정책이 친개발자, 친사용자로 재정립되어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대표 최성진)도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한 애플도 앞으로 변화에 나서, 모바일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사업을 펼칠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구글 수수료 30% 적용시, 비게임분야 추가 부담액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구글 수수료 30% 적용시, 비게임분야 추가 부담액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구글·애플 반응은?

・구글은 법안 통과 직후 "앱을 만들 때 개발비가 들어가듯, 구글도 모바일 운영체제와 앱마켓을 구축·유지하는 데 비용이 든다"며 "앱마켓 비지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해 수 주일 내로 관련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10월로 예정됐던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 적용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애플코리아는 "(인앱결제가 아닌) 다른 경로를 이용할 경우 이용자가 사기 위험에 노출되거나, 개인정보 보호 기능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는 본사의 입장을 전했다. 미국에서 모바일 앱 기업들과 반독점 소송 중인 애플은 최근 일부 유화책을 내놨다. 회사는 지난 27일 앱 개발사가 앱스토어 외부 결제 수단을 소비자에게 '홍보할 수 있게'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인앱결제 의무 방침은 고수했다.

이들에게 관건은 이 법이 한국 밖으로 확산하느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경쟁없는 자본주의는 착취"라고 강조했다. 빅테크의 M&A를 통한 시장 독점을 규제하는 '경쟁 촉진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다. 지난 6월 미국 하원 법사위에서 플랫폼 기업 관련 반독점 법안 5개가 발의됐고 8월엔 상원도 앱마켓의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오픈 앱마켓 법안(The Open App Market Act)’을 발의했다.

앞으로는

개정안은 이달 중 공포되면 즉시 발효된다. 법안이 시행되면, 네이버·카카오 등 간편결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사용자 경험을 앞세워 앱 내 결제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소규모 앱 개발사들은 구글 인앱결제를 계속 쓸 가능성이 크다. 구글은 앞서 지난 6월 연매출 100만 달러(약 11억8000만원) 미만 기업에 대해선 수수료를 매출의 15%로 인하했다. 구글에 따르면 구글플레이에서 디지털 콘텐트를 판매하는 3%, 그중 상위 0.03%의 개발사가 수수료 30%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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