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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의전' 뒤 이런 적폐…인사철엔 과천·서초' 뺑뺑이' 돈다

중앙일보

입력

강성국 법무부 차관에 대한 ‘무릎 꿇고 받들어 우산’ 의전(儀典)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법무부와 검찰의 다른 과잉 의전 관행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인사철 신고식이다.

수도권에서 지방,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전보된 수백명의 검사들이 매번 하루 안에 경기 과천시의 법무부청사에서 장관에게 신고하고 서울 서초동의 대검찰청으로 이동해 검찰총장에게 신고한 뒤 새 부임지로 이동하는 관행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인사 첫날부터 업무 대신 신고식으로 뺑뺑이 돌리는 군대식 문화란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8월 30일 박범계 장관이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뉴시스

8월 30일 박범계 장관이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뉴시스

수도권 전·출입 검사, 박범계 신고→김오수 신고→부임

실제 지난 7월 2일 자로 시행된 ‘2021년 하반기 고검검사급 인사’ 때를 보면 하루 전인 1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방으로 전출하는 검사 160명가량을 모아 놓고 신고식을 진행했다.

박 장관은 검사들에게 “과거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를 했다고 자부한다”며 자화자찬한 뒤 새 임지에서도 열심히 일하라는 취지의 ‘당부 말씀’을 했다. 그리곤 검사 개개인과 인사를 나누는데 검사들은 전출지 기준의 관등성명(官等姓名)을 대면서 장관과 악수를 했다.

이 행사 뒤 검사들은 차도 기준으로 11㎞가량 떨어진 서울 서초구의 대검찰청으로 이동해 김오수 검찰총장 앞에서 또 비슷한 신고식을 치르고서야 지방으로 떠날 수 있었다. 다음 날인 2일에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검사 190명가량이 두 번의 신고식을 하고 새 부임지로 이동했다.

한 검사는 “무엇을 위해 검사들이 인사 때마다 반나절 동안 쌓여 있는 업무 대신 대면 신고식을 두 번씩이나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장기간 해외 전쟁터로 파병 가는 군인이어도 이렇게까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야 할 검사들에 짧게는 6개월마다 군대식 신고식을 치르게 하는 건 수뇌부 지휘에 복종하란 뜻 아니겠느냐”라고도 했다.

행사를 거부하는 검사도 나타났다. 정유미(사법연수원 30기) 검사가 주인공이다. 그는 친정부 성향으로 알려진 검사들에게 쓴소리를 해오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인권감독관에서 광주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전출 신고식이 진행됐던 7월 1일 정 검사는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을 통해 “혼자서 살림 짐 전부와 표범만한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다녀야 하는 신세라 전출 신고를 못 간다”라며 “나의 인사를 받을 분들의 만족감보다 생존 및 생활을 지키고자 하는 저의 처절함이 더 크다”라고 밝혔다. 정 검사는 “그러니 여기서 전출 신고 하겠다”며 “광주에서 다음 인사까지 잘 근무하겠다!(충!성!)”이라고 덧붙였다.

8월 25일 김오수 검찰총장이 부산고검을 방문했다. 뉴스1

8월 25일 김오수 검찰총장이 부산고검을 방문했다. 뉴스1

일본 검사 “희한하다…우린 소속 기관장한테만 인사”

검사들에 대한 수도권 전·출입 신고식 문화는 해외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검사들은 하소연한다. 우리나라의 검찰 제도와 비슷한 일본의 한 검사도 “일본에서는 이렇게 희한한 행사를 하지 않는다”라며 “이동할 땐 소속청 ‘대빵’한테만 인사하고 떠난다”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올해 하반기 고검검사급 인사 당시 신고식 실시 사실을 기자들에게 홍보한 것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문제라는 인식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런 적폐들부터 없애는 게 진정한 권력기관 개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우산 의전’ 사건을 두고 참모들에게 “이번 일이 생긴 경위야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시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라며 경고 메시지를 냈다고 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고위공직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이유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강력히 경고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장·차관 직무 가이드’ 등 관련 매뉴얼을 점검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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