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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지사지(歷知思志)

SPQR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영국 역사학자 메리 비어드가 쓴 『로마는 왜 위대해졌는가?』의 원제는 『SPQR:A History of Ancient Rome』이다. 그는 이 책에서 로마가 위대해질 수 있었던 것은 SPQR로 상징되는 로마 정치 시스템의 견제와 균형에 있다고 봤다. SPQR은 ‘로마의 원로원과 대중’을 뜻하는 라틴어 문장 ‘Senatus Populus que Romanus’의 약자다. 로마가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전환하면서 권력이 특정 개인이 아닌 시민에게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포로 로마노 같은 유적 또는 고대 동전에서도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역지사지 삽화

역지사지 삽화

언론중재법 개정안 상정이 무산된 31일 새벽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병석(국회의장) 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라고 남겼다. ‘GSGG’를 놓고 논란이 확산하자 김 의원은 “정치권은 국민의 일반 의지에 서브해야 한다는 뜻을 적은 것”이라며 “(GSGG는) Government serve general G”라고 해명했다.

어색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일단 국회는 영어로 National Assembly로 표기한다. Government는 의회가 아니라 행정부다. ‘general G’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조어다. 무엇보다 그렇게 좋은 뜻이라면 김 의원이 굳이 이 문구를 삭제하고 박 의장을 찾아가 사과한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김 의원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로마 공화정의 SPQR처럼 민주당은 GSGG를 남겼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감추지 말고 널리 활용하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