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1068조 문 정부, 다음 정부는 아껴라?

중앙일보

입력 2021.09.01 00:06

업데이트 2021.09.0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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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604조4000억원 규모로 내년 예산안을 짰다. 전년 본예산 대비 증가율은 8.3%(46조4000억원)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예산안도 확장재정 기조의 ‘수퍼 예산’으로 편성되면서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넘어서게 됐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처음으로 재정 건전성의 마지노선인 50% 선을 돌파한다. 조세·국민부담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국민 세(稅)부담도 늘어난다.

31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2년도 예산안’과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했다. 내년 예산은 내년도 총수입으로 예상한 548조8000억원보다 55조6000억원 더 많다. 빚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내년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112조원 늘어난 1068조원에 달하고,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7.3%에서 내년에 50.2%로 늘어난다. 5년 만에 14.2%포인트 올라갔다. 앞서 2015년 9월 문재인 당시 야당 대표는 2016년 예산안을 놓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 왔던 40%가 깨졌다”며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재정 씀씀이 확대와 이에 따른 나랏빚 증가 속도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빠르다. 2017년 400조5000억원이었던 본예산은 5년 사이 50.9% 증가했는데, 과거 이명박 정부(32.5%)와 박근혜 정부(17.1%)의 임기 내 예산 증가율보다 훨씬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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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도 5년 만에 407조8000억원(47.3%) 불어나게 됐다. 이전까지는 한 정부에서 국가채무가 200조원 넘게 늘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앞서 노무현 정부는 143조2000억원, 이명박 정부는 180조8000억원, 박근혜 정부는 170조4000억원의 국가채무가 증가했다. 나랏빚은 2025년까지 매년 꾸준히 늘어 1408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GDP 대비 비율은 58.8%에 이른다. 그나마 보수적인 전망이다. 지금과 비슷한 속도로 예산이 확대되면 국가채무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예산 편성 첫해인 2018년에 본예산 증가율 7.1%를 기록한 뒤 2019년부터 4년 연속 8~9%대 증가율 기록했다. 하지만 2023년 총지출은 5% 늘어나는 데 그치고 이후 2025년까지 증가율은 4%대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2023년 예산안은 새로 들어설 정부에서 짠다. 현 정부 내내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온 정부가 다음 정권에는 이를 정상화할 것을 주문하는 모양새다.

문 정부 들어 국가예산 50% 급증, 국민 세금 부메랑

정부는 2022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8.3% 늘어난 총지출 604조4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산안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2022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8.3% 늘어난 총지출 604조4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산안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줄이기 힘든 복지예산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2023년 예산은 내년에 취임할 새 대통령과 새 정부의 공약을 담은 첫 예산임을 고려하면 확장재정 기조를 수정하기 쉽지 않다.

김광두(서강대 석좌교수)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지지율이라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한번 늘린 예산을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재정지출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나랏빚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한국의 나랏빚 증가 속도가 해외에서 걱정할 정도로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김 원장은 이어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는 걸 고려하면 향후 미래세대가 피부로 느끼는 빚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 대책 예산 등 상당수가 대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재정수입은 지출 규모에 못 미치면서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적자를 면치 못한다. 내년에는 55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2025년(-72조6000억원)까지 매년 60조원 이상의 적자가 날 전망이다. 총수입과 총지출을 그래프로 나타냈을 때의 형태가 갈수록 거리가 벌어지는 이른바 ‘악어의 입’ 그래프를 닮아간다는 얘기다.

정부는 내년 국세 수입을 338조6000억원으로 예상했다. 막대한 초과 세수가 반영된 올해 2차 추경안에서의 예상치보다 24조3600억원(7.8%) 높게 잡은 것이다. 올해 본예산(282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55조9000억원(19.8%)이나 증가했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73조8000억원)가 8조2000억원(12.6%) 늘며(이하 2차 추경 대비) 가장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법인 실적 개선이 반영된 결과다. 내수 활성화로 부가가치세도 9.7% 늘어난 76조540억원이 걷힐 거라고 봤다.

종합부동산세(6조6000억원)는 1조5000억원(29.6%) 증가가 예상됐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크게 확대된 데다 종부세율이 대폭 인상된 여파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관련 세금 수입이 늘어나는 역설적인 결과가 연출된 셈이다. 다만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이 안정화하면서 양도소득세·증권거래세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국세 수입이 늘어난다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거둔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국민 부담도 커진다. 조세부담률은 올해 20.2%에서 내년 20.7%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상 최고치다. 조세부담률이란 GDP 대비 국세·지방세 조세수입 비율을 뜻한다.

국민연금·건강보험·산재보험 같은 사회보장성 기금까지 더해 GDP로 나눈 국민부담률도 2021년 27.9%에서 내년 28.6%로 오른다. 역시 사상 최고치다. 이후에도 매년 높아져 2025년에는 29.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문 정부가 펼쳤던 확장 재정과 각종 복지제도 확대 정책의 ‘청구서’가 국민의 세금 부담 증가로 돌아온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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