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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00억 내던 경마장 퇴출, 450억 들여 창업공간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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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지난 3월 영업이 중단된 대전 화상경마장. 대전시에 해마다 200억원을 내왔다. [뉴스1]

지난 3월 영업이 중단된 대전 화상경마장. 대전시에 해마다 200억원을 내왔다. [뉴스1]

대전시가 해마다 200억 원 정도를 안겨주던 화상경마장을 퇴출하는 대신 450억원을 투입해 창업공간으로 리모델링한다.

31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서구 월평동 한국마사회 대전지사(화상경마장) 건물을 ‘글로벌 혁신창업 성장허브 공간’으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대전시는 최근 마사회 대전지사에서 마사회·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건물매입, 글로벌 혁신창업 성장 허브 조성·운영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마사회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건물 매각 방침을 확정하기로 했다. KAIST는 기업 창업과 글로벌화를 지원한다. 대전시는 이 건물을 사들인 후 리모델링을 거쳐 2023년부터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이곳에 시내 창업보육센터 25곳 등에 있는 성장 가능 기업 100여개를 선발해 입주시키기로 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역 경제도 활성화하고 스타트업 성공스토리가 나올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화상경마장이 있던 빌딩은 지상 12층지하 6층에 2만4000㎡ 규모다. 이 빌딩 매입 예상 금액은 304억4000만원이다. 대전시는 이 돈을 2023년까지 3년 동안 100억원씩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리모델링비 150억 원까지 합치면 총 450억원의 대전시 예산이 투입된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은 지 20년이 넘은 건물이어서 배관도 전부 교체해야 하고 전기·소방시설도 수리해야 한다”며 “건물을 새로 짓다시피 할 정도로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은 기업 활동이 가능하도록 최대 66㎡ 정도 공간으로 만든다.

대전 화상경마장은 1999년 7월 들어섰다. 대전 서구 등 자치단체가 세수(稅收)를 확보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며 유치했다. 이곳에서는 금·토·일요일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장과 제주 경마장에서 열리는 경기를 생중계했다. 경마가 열릴 때면 하루 평균 2400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화상경마장은 대전을 제외하고 전국에 27개가 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지역 정치인,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화상경마장 퇴출 운동이 일었다. 도박 중독을 부추기고, 교육환경을 망친다는 게 이유였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화상경마장 퇴출을 약속했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지역 공약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이 일대 주민들은 “실제 도박 중독자가 얼마나 되는지 근거가 없다”며 “교육환경을 망친다고 했지만, 주변에 있는 학교에서는 이런 시설이 있는지조차 모른다”고 했다. 결국 화상경마장은 지난 3월 말 폐쇄됐다.

화상경마장 폐쇄 이후 음식점 등 주변 점포는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김밥집을 운영하는 장모씨는 “화상경마장이 문을 닫으면서 매출이 급감해 가게를 내놨다”고 말했다. 또 화상경마장서 일하던 건물 관리 요원, 환경미화원 등 200여명은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한국마사회 측이 다른 지역에 있는 화상경마장으로 이들을 배치했지만, 출퇴근 문제 등으로 그만뒀다고 한다.

자치단체 손해도 컸다. 한국마사회에서는 연간 약 200억원의 지방세(레저세·교육세·농특세)를 대전시에 냈다. 개장 후 지금까지 납부한 지방세는 약 37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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