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땐 만석, 추석엔 창가 자리만?"…명절 방역대책 혼란

중앙일보

입력 2021.08.31 17:37

울산이 고향인 직장인 김모(28)씨는 “이번 추석에는 내려오느냐”는 부모님 전화를 사흘째 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제한됐던 지난 설 연휴 때 고향에 가지 못한 탓이다. 본가의 부모님은 할머니를 모시고 있고, 김씨는 남동생과 같이 서울에서 살고 있다. 김씨는 “정부 지침이 나오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는데 발표가 늦어지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당초 31일 이전에 하기로 한 추석 연휴(9월 18~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대책 발표를 9월 3일로 미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9일 “연휴 기간에 가족 간 만남을 다소 허용할 수 있을지 여러 의견을 들으며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31일은 추석 연휴 기차표 예약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방역대책 발표가 연기되면서 시민들의 고향 방문 계획도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향 못 간 시민들 “명절엔 창가 쪽만? 코미디”

한국철도(코레일)와 SR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에 따라 여객열차 승차권을 창측 좌석만 발매를 시작한 지난해 12월 8일 서울 중구 경부선 승강장에 정차한 부산행 KTX열차 내 승객들이 창측 좌석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한국철도(코레일)와 SR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에 따라 여객열차 승차권을 창측 좌석만 발매를 시작한 지난해 12월 8일 서울 중구 경부선 승강장에 정차한 부산행 KTX열차 내 승객들이 창측 좌석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방역대책 발표 연기와 별개로 코레일은 31일부터 9월 2일까지 KTX 승차권 판매를 예정대로 진행한다. 승차권은 정해진 시간대(31일 오전 9시~오후 1시, 9월 1·2일 오전 7시~오후 1시)에 온라인으로만 예매할 수 있고,열차 내 밀집도를 줄이고자 창가 쪽 좌석만 우선 판매된다. 통로 쪽 좌석은 향후 정부 지침에 따라 판매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설에 고향을 가지 못하고 이번 추석을 기다려온 시민들은 이러한 방침이 유명무실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대학원에 다니는 이모(29)씨는 “여름 휴가철엔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열차가 거의 꽉 찰 정도로 붐비는 걸 여러 번 봤다”며 “명절에만 코로나가 퍼지는 것도 아닌데 창가 자리만 판매하겠다는 건 코미디”라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비행기와 고속버스는 좌석 제한이 없는데 기차에만 제약을 두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아직 제한을 확정한 것은 아니고, 이동량을 최소화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측면이 강하다”며 “항공기의 경우 특수한 공기순환시스템이 장착돼 있어 기내의 전염병 확산 가능성이 매우 낮고, 예매가 1년 전에 이뤄지고 있는 점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의 악몽…고심 깊어진 정부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월 10일 부산역에 도착한 귀성객들이 플랫폼을 빠져나가고 있다. 송봉근 기자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월 10일 부산역에 도착한 귀성객들이 플랫폼을 빠져나가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1월 코로나19 국내 첫 발생 이후 네 번째 명절을 맞는 정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 설 연휴 때 300명대를 유지했던 일일 확진자 수가 연휴 이후 2배 이상 급증한 전례가 있어서다. 그렇다고 방역 고삐를 옥죄려 하니 거리두기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선뜻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추석 연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부의 방역대책 발표가 늦어지면 국민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상황에 따라 대책이 오락가락하니 정부 지침이 불신을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연휴 기간 정부가 백신 접종자에 한해 가족 모임 인원 제한을 늘리는 등 일시적으로 방역 수칙을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차 접종률이 낮다는 점이 아쉽지만, 가족끼리 모일 수 있게 하는 정도의 백신 인센티브는 괜찮다고 본다”면서도 “전반적인 방역 지침은 지금처럼 두텁게 하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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