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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움직인 다음날, 침묵 깬 文 "언론자유는 민주주의 기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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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제38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제38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회에서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를 위해 숙성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언론중재법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또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고, 국민의 알 권리와 함께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 따라서 관련 법률이나 제도는 남용의 우려가 없도록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다른 한편, 악의적인 허위 보도나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자의 보호도 매우 중요하다. 신속하게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고, 정신적․물질적․사회적 피해로부터 완전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각별한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언론중재법에 대해선 침묵해왔다. 청와대 참모들도 “국회에서 논의할 일”이라며 발을 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청와대 분위기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법 통과 시 문 대통령이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법을 최종적으로 공포하는 것은 문 대통령이어서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고 말했다.

특히 언론중재법 관련 화살이 문 대통령을 직접 향하게 된 것도 청와대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의석수 때문에 개정안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는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30일 오전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관련 7개 단체도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민주당의 개정안 강행 처리에도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암묵적 동의’로 읽혀, 언론중재법 시행의 최종 책임은 문 대통령이 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30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앞두고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았다. 이 수석은 방문 목적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언론중재법에 대한 우려를 전하지 않았겠냐”고 설명했다. 이 수석 방문 뒤 여당의 강행 처리 기류도 변화를 보였다.

결국 31일 여야는 법안을 추가로 논의한 뒤 다음 달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고 나서야 문 대통령이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처음으로 입장을 내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서 정치적 위험 부담이 적어지자 문 대통령이 합의 결과에 대한 평론 수준의 언급을 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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