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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맏형 '거미손' 오승훈 "우리가 반전 드라마 쓴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전에서 박주영의 헤딩을 막아내는 골키퍼 오승훈(왼쪽 둘째). [연합뉴스]

서울전에서 박주영의 헤딩을 막아내는 골키퍼 오승훈(왼쪽 둘째). [연합뉴스]

막판 스퍼트를 시작한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가 K리그1(1부리그) 상위 스플릿 라운드 파이널A(1~6위) 진출에 도전한다.

제주 상승세 이끄는 골키퍼 #"목표는 파이널A 이상 성적"

지난 시즌 K리그2(2부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1부리그에 승격한 제주는 올 시즌 야심찬 목표가 있었다. 1부 잔류를 넘어 상위권에 진입하는 것이다. 시즌 초반 제주는 11라운드까지 1패(4승 6무)만 당하며 3위를 달려 '다크 호스'로 불렸다.

하지만 시즌 중반 이후 부진에 빠졌다. 4월 21일 FC서울전(2-1승) 이후 치른 10경기(4무 6패)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 순위는 9위까지 추락했다.

흔들리는 팀 분위기를 바꾼 건 팀 맏형이자 골키퍼 오승훈(33)이다. 올 시즌 제주는 국가대표 이창근(28), 오승훈 그리고 신예 유연수(23)가 번갈아 골문을 지키는 3인 경쟁 체제였다. 지난 7월 31일 인천 유나이티드전(1-4 패)에서 믿었던 이창근이 4골이나 내주며 무너지자, 남기일 제주 감독은 다시 오승훈에게 기회를 줬다. 10경기째 이기지 못한 팀의 골문을 맡게 된 오승훈은 남다른 각오로 임했다. 오승훈은 2019년 제주 강등 당시 골키퍼여서 2부리그로 떨어지는 아픔을 알고 있다.

그는 후배들에게 "전술을 짜고 작전 지시를 내리는 건 감독님이지만, 경기장에서 뛰는 것은 우리다. 선수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아무리 전술이 좋아도 못 이긴다. 할 수 있으니 집중해서 뛰자"는 말을 무한 반복했다. 오승훈은 스리백 수비 라인 정운-권한진-김오규와 가족처럼 붙어 다니며 실점을 줄이기 위한 팀워크 다지기에 나섰다. 오승훈은 "마침 수비수들이 모두 같은 아파트에 산다. 훈련 후에도 반상회처럼 모여서 부진에서 벗어날 고민을 했다. 덕분에 경기장에선 더 호흡이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제주 경기력은 달라졌다. 오승훈이 다시 골문을 지킨 지난달 7일 수원 삼성전을 시작으로  제주 수비는 안정감을 찾았다. 수원전을 포함해 최근 5경기에서 3골만 내줬다.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도 3차례다. 제주는 최근 2승 2무 1패로 다시 상승세를 탔다. 오승훈은 "시즌 중에 골키퍼가 주전 경쟁을 펼치는 팀은 많지 않다. 긴장감 속에서 경기에 나서다 보니, 몸이 더 예민해져서 좋은 컨디션이 됐다"고 말했다.

제주(승점 31)는 8위지만, 파이널A 마지노선인 6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36)와 승점 5점 차이다. 지금 기세라면 역전 드라마를 쓸 가능성이 충분하다. 스플릿 라운드까지는 7경기 남았다. 오승훈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9월 A매치 휴식기 동안 재정비를 해서 반전 드라마를 쓰겠다. 6위 그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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