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기업 간 조정 첫발…위원장에 김이수

중앙일보

입력 2021.08.31 15:35

업데이트 2021.08.31 15:51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습기살균 피해자와 기업 합의 사항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습기살균 피해자와 기업 합의 사항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공식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조정위원회가 출범한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관련 기업들이 환경부 조정을 통해 배·보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환경부는 31일 조정위원회를 이끌 위원장에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을 추천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지 10년 만에 조정 절차 첫발을 떼는 셈이지만,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습기 살균제 18개 기업 중 6곳 참여 

지난 2월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등이 모인 '가습기살균제기업책임배·보상추진회' 관계자들. 중앙포토

지난 2월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등이 모인 '가습기살균제기업책임배·보상추진회' 관계자들. 중앙포토

이날 출범이 공식화된 조정위는 13개 단체로 구성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피해구제분담금을 낸 6개 기업 사이의 피해 배·보상 문제를 다루게 된다.

지난 20일 기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지원 신청자는 7535명이다. 조정위에 참여한 기업 6곳은 롯데쇼핑, 옥시RB, 이마트, 애경산업, 홈플러스, SK케미칼이다. 이들은 환경부가 18개 기업에 징수한 피해구제분담금 중 98%를 냈다. 앞서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와 원료 물질의 판매량, 사용 비율 등을 고려해서 사업자들에게 분담금을 매겼다.

이달 초 피해자 단체와 6개 기업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를 조정위원회 구성 후 해결하는 데 합의했다. 그 후 조정위원회 위원장을 환경부가 추천하도록 요청했다. 환경부는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 단체·기업들이 있지만, 조정이 시작되면 더 많은 피해자와 기업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위원장에 김이수 추천 "인권 보호 의지"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환경부는 피해자와 기업 양측 간 이견을 조정하고 합의하는 절차를 주관할 위원장에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을 추천했다. 1982년 대전지방판사로 임관해 서울남부지법·사법연수원 등을 거쳐 2012~2018년 헌법재판관을 역임했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김 전 헌법재판관에 대해 "공권력 견제,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소수의견을 지속해서 내는 등 헌법 수호와 인권 보호 의지가 확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전 헌법재판관이 조정위원장으로 공식 위촉되면 그를 중심으로 법률·의학 전문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정애 장관은 "위원장이 5~7인 정도의 범위에서 (위원) 구성을 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내부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조정위원회가 '사적인 조정'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법적 책임은 현재 법정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조정위는 법적 책임 여부를 따지지 않고 하는 사적 조정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피해자·기업 사이의 조정이 진행되더라도 법에 따른 정부의 구제급여 지급, 피해자 지원 정책 등은 계속 이어진다.

"왜 이제야" 환경부 '소극행정' 비판도

지난 23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편광현 기자

지난 23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편광현 기자

한편 피해자 단체에선 "조정위 구성 시기가 너무 늦었다"고 환경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인정한 지 10년이 지났다. 4년 전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해결을 약속했는데, 이제서야 조정위를 꾸린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그동안 환경부는 법에 나와 있는 것만 하겠다는 소극행정으로 일관해왔다. 지금이라도 LG, GS 등을 설득해 조정위에 참여하게 하고, 조정 일정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2019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4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사용한 사람은 893만명으로 추정된다. 이중 건강 피해자는 95만명, 사망자는 2만명이다. 그런데 피해 지원을 신청한 사람은 7535명(20일 기준)뿐이다. 여기서 피해가 인정된 사람은 4120명(1018명 사망)으로 더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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