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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슬의생’ 주연 샌드라 오(미주), “한국식 이름 고집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 샌드라 오(오른쪽)와 어머니 오영남씨. 2018년 에미상 시상식 때다. AP=연합뉴스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 샌드라 오(오른쪽)와 어머니 오영남씨. 2018년 에미상 시상식 때다. AP=연합뉴스

미국판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고도 불리는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 2005년 시작해 9월말 시즌18의 막을 올리는 대표적 장수 미드다. 16년간 의학드라마의 정석을 보여준 이 작품에서 잊을 수 없는 캐릭터가 한국계 외과의 크리스티나 양이다.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인 샌드라 오(50)가 명품 연기로 살려냈고, 골든글로브 상도 받았다. 2005년 시즌1 첫회부터 등장한 샌드라 오는 2014년을 마지막으로 이 미드를 떠났지만, ‘그레이 아나토미’의 꼬리표는 그를 여전히 따라다닌다. 샌드라 오 본인은 이에 대해 어떻게 느낄까. “진짜 솔직히 말해서 말이죠”라고 그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NBC 투데이 쇼 인터뷰에서 말문을 열었다. 그의 답은 이랬다.

“트라우마에요, 트라우마.”  

'그레이 아나토미' 공식 스틸컷. 시즌18까지 승승장구하는 장기히트작이다. ABC방송

'그레이 아나토미' 공식 스틸컷. 시즌18까지 승승장구하는 장기히트작이다. ABC방송

왜일까. 과거의 성공에 발목 잡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공개된 ‘더 체어(The Chair)’에 한국계 여성 학과장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이렇게 적었다. “크리스티나를 사랑하지만 지윤도 사랑한다. 당신도 그래주기를.”

‘지윤’은 ‘더 체어’에서 그가 연기하는 미국 명문대 영문과의 최초 여성이자 유색인 학과장의 이름이다. 샌드라 오는 NBC와 인터뷰에서 “(‘그레이 아나토미’를) 떠난지 오마이갓, 7년이나 됐고 내 마음 속에선 이미 과거가 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겐 (크리스티나라는 캐릭터로) 살아있다”며 “이해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지만 이젠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가 됐다”고 말했다.

샌드라 오는 골든글로브를 두 번 수상했다. 처음은 '그레이 아나토미'로, 두번째는 '킬링 이브'로 받았다. 사진은 2019년 '킬링 이브'로 상을 받은 직후. 로이터=연합뉴스

샌드라 오는 골든글로브를 두 번 수상했다. 처음은 '그레이 아나토미'로, 두번째는 '킬링 이브'로 받았다. 사진은 2019년 '킬링 이브'로 상을 받은 직후. 로이터=연합뉴스

실제로 샌드라 오에 대해선 “크리스티나 양으로 컴백해달라”는 요구가 트위터 등에서 아직도 나온다. 그와 ‘그레이 아나토미’ 및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 아래’에서 함께 열연했던 배우 케이트 월시가 최근 트윗으로 샌드라 오의 생일을 축하하자 “크리스티나 양으로 제발 돌아와줘요”라는 댓글도 달렸을 정도. 그러나 샌드라 오는 그럴 생각이 없어보인다.

샌드라 오가 출연한 '투스카니의 태양' 영화 스틸컷. 오른쪽의 배우가 '그레이 아나토미'에 함께 출연했던 케이트 월시. 영화에선 성소수자 커플로 나온다. 이혼당해 괴로워하는 친구를 위해 깜짝 선물을 해주는 장면. [케이트 월시 트위터]

샌드라 오가 출연한 '투스카니의 태양' 영화 스틸컷. 오른쪽의 배우가 '그레이 아나토미'에 함께 출연했던 케이트 월시. 영화에선 성소수자 커플로 나온다. 이혼당해 괴로워하는 친구를 위해 깜짝 선물을 해주는 장면. [케이트 월시 트위터]

대신 그는 한국계, 나아가 아시아계 여성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레이 아나토미’ 이후엔 ‘킬링 이브’로 골든 글로브 상을 또 한 번 수상했고, 이번엔 ‘더 체어’로 원탑 주연으로 우뚝 선다. 그는 NBC 인터뷰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경험이 더 깊게 녹아있는 역할을 더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더 체어’에서 그가 연기하는 여성 학과장의 이름은 ‘지윤 김’이다. 그는 영어식 이름이 아니라 한국어식 이름을 그대로 쓸 것을 고집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도 그가 첫 출근을 하며 학과장실에 달린 그의 명패를 자랑스럽게 보는 모습이 주요 장면으로 등장한다. 그는 “‘그레이 아나토미’ 시절만 해도 사람들이 한국어식 이름을 발음하지 못했다”며 “상황이 지금은 나아졌지만, 이 드라마에서 한국어식 이름을 고수하는 게 내게는 정말 중요했다”고 말했다. 샌드라 오의 한국어 이름은 ‘미주’다. 그를 구글링하면 ‘샌드라 미주 오’라고 뜬다.

'더 체어'의 공식 스틸 컷 중 하나. 넷플릭스ㆍAP=연합뉴스

'더 체어'의 공식 스틸 컷 중 하나. 넷플릭스ㆍAP=연합뉴스

드라마에서 지윤 김 학과장은 혁신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의 도전은 수월하게 풀리지 않는다. NBC 앵커가 “이 드라마에 유색 인종 여성으로서의 샌드라 당신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있느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물론”이라고 답했다. “아시아계, 그 중에서도 여성으로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변화는 느리지만 결국 진행은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이면서다.

그의 부모님은 20대 시절 한국에서 캐나다 오타와로 이주했다. 많은 한국의 부모님들처럼 딸이 연기자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샌드라 오는 NBC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반대하셨기에 나는 좋은 의미로 더 강해졌다”며 “하나의 장애물을 극복하면 나를 증명해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는 좋은 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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