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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처·아들 찾아다녔다…전자발찌 살인마의 불안한 행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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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모(56)씨가 범행 보름 전, 아내와 아들을 찾아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씨의 계속되는 민원을 처리하며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는 서울 송파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강씨는 약 20일 전 아들을 찾았다고 한다.

강씨는 이 관계자에게 “아들을 찾았는데 나 닮아서 머리가 좋아 대기업에 취업했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구청 관계자는 “강씨가 출소한 상태였던 20대에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거로 들었다”며 “언제 결혼했는지는 모르고 지금은 이혼한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아내 찾으러 간 충청도에서 싸움 나기도

강씨는 보름 전에는 자신의 전 부인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구청 관계자가 강씨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강씨는 아내를 찾기 위해 처형과 동서를 만나러 충청도로 내려갔다고 한다. 그들과 만난 후 다툼과 폭행이 발생해 지역 파출소에 신고가 접수됐으며, 강씨의 동서가 ‘남자들끼리 없던 일로 하자’는 합의서를 쓰자고 하면서 정식으로 입건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강씨가 파출소에 합의서를 팩스로 보내달라 해서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강씨는 만 17세 때 특수절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실형 복역 23년 및 보호 감호 4년 등 수형 기간이 약 27년에 이른다. 강씨가 구청 관계자에게 한 말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무직으로 속이고 ‘화장품 판매업’ 종사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성범죄 전과자 강모씨(56)가 31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도중 취재진의 마이크를 발로 걷어차고 있다. 뉴스1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성범죄 전과자 강모씨(56)가 31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도중 취재진의 마이크를 발로 걷어차고 있다. 뉴스1

강씨는 지난 5월 7일 출소한 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기 전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주민센터와 구청 등을 방문했다고 한다.

강씨는 또 출소 한 달 만에 화장품 판매업으로 경제 활동을 시작했다. 교도소 생활을 도운 한 목사의 소개를 받았다고 한다. 강씨가 출소 직후 20일간 생활했다는 고시원 관계자는 “방 뺄 때 (강씨가) 이제 화장품 판매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처음 들어본 화장품 이름이었는데 별로 관심을 안 가지니까 ‘선생님은 관심이 별로 없으시네!’라고 말하고 떠났다”고 덧붙였다.

“전자발찌 때문에 택배나 일용직 못 해” 불평하기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강모(56)씨의 모습이 서울시내 CCTV에 포착됐다. 연합뉴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강모(56)씨의 모습이 서울시내 CCTV에 포착됐다. 연합뉴스

취업 시점은 5월 말로 강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기 전이다. 강씨가 주민센터와 구청에는 취업 사실을 알리지 않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된 게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강씨는 주민센터와 구청에서 ‘긴급 처리 대상자’로 분류돼 지난 6월 25일, 약 한 달 반 만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다. 구청 관계자는 “화장품 판매는 전혀 몰랐고 6월쯤 오토바이를 타고 왔는데 그때 반바지를 입고 와 전자발찌를 처음 보여줬다”며 “‘이거(전자발찌) 때문에 택배나 일용직 하고 싶은데 못한다’고 투덜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강씨의 집을 여러 번 방문했는데 낮에는 항상 비어있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니 낮엔 경제활동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자신이 직장이 있다는 것을 밝히면 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되니까 말을 안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강씨가 따로 구청에 신고하지 않아도 국세청에 소득이 잡힐 경우 구청 쪽으로 그 내역이 넘어온다. 그는 “넘어오는 데에는 2~3달의 기간이 걸리는데 아직 구청 측에 접수된 건 없다”고 말했다.

가족 찾은 것도 금전적 문제였나

29일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여성 2명을 살해한 성범죄 전과자 강모씨의 자택을 감식한 뒤 나오고 있다. 뉴스1

29일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여성 2명을 살해한 성범죄 전과자 강모씨의 자택을 감식한 뒤 나오고 있다. 뉴스1

강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면서 3개월간 약 7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7월 건강보험료 3만 950원을 체납했다. 또, 강씨의 살해 동기가 돈 문제 때문으로 보이는 지인의 제보가 30일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강씨가 아내와 아들을 찾은 것도 금전적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인이 강씨와 통화한 녹취록에 따르면 강씨는 26일 밤 11시 30분쯤 “돈을 (네가) 안 해줘서 모든 게 끝났다. 너무 사고가 나서. 내가 지금...돈이 필요해”라고 말했다. 경찰은 첫 번째 살인사건 발생 시각을 26일 21시 30분에서 22시로 추정하고 있다. 범행을 저지르고 한 시간 뒤 지인에게 이와 같은 말을 한 셈이다. 강씨는 3일 뒤인 29일 오전 3시에 두 번째 피해 여성을 살해한 뒤 이 여성의 차로 시신을 태운 채 오전 8시에 송파경찰서로 가서 “2명을 살해했다”고 자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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