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기부금으로 '퉁' 치나? 감염병병원 예산 삭감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21.08.31 11:39

업데이트 2021.08.31 19:06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의 기부를 계기로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는 논란에 대해 정부가 “기부금 때문이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2026년 준공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모습. 뉴스1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모습. 뉴스1

노정훈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30일 2022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 설명회에서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의 총사업비와 관련,“정부 내에서 총사업비가 확정돼 있던 상황인데,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규모 확대를 검토해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정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해 2026년까지 100병상 규모로 준공하겠다고 밝히며 2018년 관련 총사업비로 1294억원을 책정했다. 그런데 이후 서울 중구 미군 공병단 부지로의 의료원 이전 계획이 추가됐고,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이 지난 4월 감염병 대응을 위해 써달라며 7000억원까지 기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복지부 설명에 따르면 이런 이유로 기획재정부는 최근 내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구축사업 예산(설계비, 시설부대비) 2억5000만원과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사업 예산 10억원을 반영하지 않았다. 기부금이 들어온 것 등을 감안해 총사업비를 다시 검토해야 하고, 그 이후로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한 것이다. 내년에 당장 건물 설계와 전산 시스템 구축 등을 시작해야 하는데 예산을 삭감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와 함께 미군 공병단 부지로 이전하기 위한 부지 매입금도 당초 계획(3710억원)보다 1600억 가량 적은 2100억원으로 책정되면서 결국 기부금 때문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민수 복지부 기획조정실장은 “부지 매입비가 당초 계획, 요청보다 적게 잡혀 있는데 기부금이 들어와서 예산을 깎은 것은 아니고 재정당국 재정 상황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노정훈 과장은 “미 공병단 부지 이전 관련 2022년과 2023년에 나눠서 국방부에 대금을 지급하기로 돼 있다. 2023년에 추가로 예산을 편성하는 방법이 있고 필요하다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일부 증액하는 방법도 있다”라고 부연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신종감염병 의료대응의 현실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공공보건의료 강화를 위한 국회 연속 심포지엄' 1차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신종감염병 의료대응의 현실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공공보건의료 강화를 위한 국회 연속 심포지엄' 1차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사업비를 재검토하게 되면 1년 안팎의 시간이 걸리고 이에 따라 준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복지부는 최대한 이를 면제하는 쪽으로 재정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과장은 “기부금을 포함해 총사업비가 변경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가재정법에 따라 변경된 사업비가 적정한지 타당성 재검토를 받아야 한다”며 “다만 재정당국과 협의 과정에서 면제받는 것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당성 재검토 면제를 받는다 해도 면제 사업에 대해선 또 다른 적정성 재검토를 받도록 규정한다”며 “적정성 재검토도 같이 면제해나가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전문병원 건립이 최우선 과제로 지적됐으나 그간 지지부진하게 진행돼 의료계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특히 최근 이건희 회장 측 기부 이후 기부금관리위원회 등이 꾸려지지 않아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지난 24일 ‘공공 보건의료 강화를 위한 국회 연속 심포지엄’에서 “온갖 이해 관계자들이 불나방처럼 달라붙고 기재부는 자기 돈인 양 ‘검증하겠다’고 나서는데 복지부의 정책 의지는 실종된 상태다. 하루빨리 감염병병원을 만들겠다던 약속은 어느덧 휴지 조각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정훈 과장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이 2026년 완공되는 데 차질 없도록 관련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내달 중 15명 규모의 기부금관리위원회가 발족할 예정이다. 위원장으로는 신영수 서울대의대 명예교수가 내정됐다. 위원회는 국립중앙의료원 이사회를 거쳐 정식으로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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