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상추 많이 먹었는데 살쪘다? '살충제'가 범인일수도

중앙일보

입력 2021.08.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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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살충제인 클로르피리포스가 낮은 농도에서도 사람의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미국 시카고에서 비만 예방 연구에서 허리둘레를 측정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살충제인 클로르피리포스가 낮은 농도에서도 사람의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미국 시카고에서 비만 예방 연구에서 허리둘레를 측정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콩·과일 등에 사용하는 살충제 클로르피리포스(chlorpyrifos, CPF)가 사람의 비만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CPF는 뇌 손상이 우려된다며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내에서 농작물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살충제이기도 하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한 논문에서 "살충제인 CPF가 갈색지방 조직(BAT)의 활성화를 억제해 비만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31개 화학물질을 골라 수컷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 화학물질이 갈색지방 조직에서 열 발생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UCP1(Uncoupling Protein 1)의 활동을 방해하는지를 분석했다.

갈색지방조직은 황백색을 띠는 일반 지방조직과 달리 갈색으로 나타난다.
미토콘드리아 등이 많이 들어있고 생물체가 떨지 않도록 체내의 열을 생성하는 기능을 한다.

갈색지방은 과잉 섭취한 칼로리를 열로 소비하면서 지방이 체내에 축적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CPF가 UCP1의 활성과 미토콘드리아 호흡을 강력하게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CPF가 열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경우 갈색 지방 소비를 하루 40㎉씩만 분해가 억제돼도 연간 5 파운드(2.27㎏)의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델라웨어에서 운송을 기다리고 있는 대두(콩).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8일 살충제인 클로르피리포스가 어린이와 농장 노동자에게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에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클로르피리포스는 대두와 과일, 견과류, 브로콜리 등 수많은 작물에 사용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오하이오주 델라웨어에서 운송을 기다리고 있는 대두(콩).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8일 살충제인 클로르피리포스가 어린이와 농장 노동자에게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에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클로르피리포스는 대두와 과일, 견과류, 브로콜리 등 수많은 작물에 사용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CPF는 국내 농가에서도 호박·토마토·상추·시금치 등 다양한 채소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농작물에 CPF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CPF가 어린이와 태아의 잠재적인 뇌 손상과 연관돼 있고, 지능(IQ) 감소, 기억력 감퇴, 주의력 결핍 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EPA는 지난 18일 "CPF에 대한 노출이 해롭지 않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확신하기가 어렵다"며 오는 12월부터 농작물에 대한 사용을 금지했다.

EPA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CPF를 금지했으나,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결정을 뒤집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다시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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