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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구두 한 켤레 못사고 결혼…아내에게 바치는 ‘37년치 감사’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처음에 아내는 남편에게 안기기를 거절했습니다. 뇌졸중을 앓은 남편이 걱정되었던 거죠. 그런데 남편은 주저 없이 아내를 번쩍 들었습니다. 순간 아내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처음에 아내는 남편에게 안기기를 거절했습니다. 뇌졸중을 앓은 남편이 걱정되었던 거죠. 그런데 남편은 주저 없이 아내를 번쩍 들었습니다. 순간 아내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이 고향인 스물일곱 살 총각과
충북이 고향인 스무 살 아가씨가
건설회사 건설현장에서 만나,
교제 끝에 2년 만에 결혼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 결혼이 무려 37년 전 일이네요.

당시 결혼식을 위해
시골 빈농이던 장인어른은 키우던 소를 팔아
결혼비용으로 200만원을 마련하여
예비 사위인 제 손에 쥐여 주셨습니다.
저와 아내는 그 고마움을 알기에
결혼비용을 아끼고 또 아꼈습니다.
예복으로 기성복을 사고,
구두는 있는 것으로 신기로 하면서
양가 친지 분들께 드릴 아주 작은 선물만 살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결혼식 후 남긴 100만원을
다시 장인어른께 돌려드렸습니다.

십수 년이 지나 저희는 남의집살이 끝에
조그만 집을 장만하게 되었죠.
그때까지 집안에 장롱 하나 없이 살아온 딸을 위해,
장인어른은 “장롱이라도 사라” 하시며,
다락 깊은 곳에 보관해 오셨던
그 100만원을 다시 저희에게 돌려주셨습니다.

그 100만원,
저희가 드린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시골살이 형편 뻔할 텐데도
그 돈을 한 푼도 안 쓰신 겁니다.

그렇게 결혼한 게 37년이 되었네요.
그간 말 못할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제가 보증을 잘 못 서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요.
2008년엔 제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되는 곤란도 겪었습니다.

그런데도 제 아내는 시댁과 친정을 정성껏 살피고,
아들 둘과 딸 하나를 키우면서도,
3년 전 시어머니께서 치매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한집에서 18년간 따뜻한 삼시 세끼를 차려 드리며
정성을 다해 모셨습니다.

여러모로 제가 남편으로서 부족함이 많았지만,
묵묵히 아내, 엄마, 며느리, 딸 역할에
한치도 소홀함이 없었던 아내에게
지금이나마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충남 서산에서 박한호 올림


남편이 울먹였던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줬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저보다 잘 우는 울보예요″라고 답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남편이 울먹였던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줬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저보다 잘 우는 울보예요″라고 답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사연 당첨 소식을 전하며
남편 박한호 씨와 통화를 하며 물었습니다.
“아내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대답 대신 긴 숨소리만 들렸습니다.
한참 지나 말을 시작하면서부터 울먹였습니다.

결국 답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말 한마디 못 들었는데,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습니다.

처음엔 부부가 있는 서산으로 제가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너무 번거로울 테니
저희가 서울 중앙일보 스튜디오로 찾아가겠습니다.”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는 당신보다 남을 먼저 살피는 성격인 겁니다.
그렇게 부부가 스튜디오로 왔습니다.

조명 앞에 선 부부가 팔짱을 꼈습니다.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스튜디오 조명 앞에 선 부부는 팔짱부터 꼈습니다. 평상시에도 이렇듯 자주 팔짱을 끼고 다닌다는 부부, 옷까지 붉은색으로 맞춰 입었습니다. 김경록 기자

스튜디오 조명 앞에 선 부부는 팔짱부터 꼈습니다. 평상시에도 이렇듯 자주 팔짱을 끼고 다닌다는 부부, 옷까지 붉은색으로 맞춰 입었습니다. 김경록 기자

그래서 질문을 했습니다.
“아직도 팔짱을 끼고 다니시나요?”

아내가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습니다.
“하하, 네 그렇습니다.”

부창부수입니다.
사진 찍는 내내
모자 매무새, 옷매무새를 서로 살갑게 살핍니다.

사진 찍기 전 서로의 매무새를 살펴주는 부부, 천생연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경록 기자

사진 찍기 전 서로의 매무새를 살펴주는 부부, 천생연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경록 기자

사진 촬영 막바지에 남편에게 부탁했습니다.
“아내를 번쩍 들어 안을 수 있나요?”

남편의 대답은 흔쾌히 “네”였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한사코 안된다며 말렸습니다.
그런데도 남편은 아내를 번쩍 들어 안았습니다.

사진 촬영 후 나중에야
아내가 한사코 반대한 이유를 알았습니다.

2008년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되었던 남편은 눈보라 비바람 쳐도 매일 걸었습니다. 그 걸음이 아내를 번쩍 들어 안고도 멀쩡할 정도가 된 겁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08년 뇌졸중으로 반신불수가 되었던 남편은 눈보라 비바람 쳐도 매일 걸었습니다. 그 걸음이 아내를 번쩍 들어 안고도 멀쩡할 정도가 된 겁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3년 전엔 반신불수였어요.
당시에 이이가 의사에게
당신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의사의 답이 ‘걸으세요’였습니다.

그때부터 이이가 걷기 시작했습니다.
눈보라 비바람 쳐도 하루에 10km씩 걷더라고요.
처음에 그 10km를 걷는 데 온종일 걸렸어요.
두 발짝 걷고 쉴 정도로요.
6년을 그렇게 걷고 멀쩡해지니
의사가 이젠 ‘알맞게 걸으세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후부터는 꼬박꼬박 6km 걷더라고요.”

아내의 말을 이어 남편이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겉보기엔 이리도 멀쩡하니
예전에 뇌졸중이었다고 말하면 아무도 안 믿습니다. 하하하”

그나저나 그렇게 찍은 사진,
너무나 행복해 보였습니다.
아내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사진에 담겼습니다.

사실 저와의 첫 통화에서
남편이 긴 숨만 쉬면서 끝내 하지 못한 말,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는 말이었을 겁니다.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흔히 부부는 닮는다고 하죠. 특히 이 부부는 서로를 품는 마음이 똑같았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흔히 부부는 닮는다고 하죠. 특히 이 부부는 서로를 품는 마음이 똑같았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어느새 8월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이 8월의 사연 응모 마지막 날입니다.
그리고 9월 1일부터 7차 사연 응모가 시작됩니다.

어떠한 사연도 좋습니다.
소소한 사연이라도 귀하게 모시겠습니다.

가족사진 한장 없는 가족,
우정을 쌓은 친구,
늘 동고동락하는 동료,
오래 간직하고픈 연인 등

기억하고 싶은 사연을
꼭 연락처와 함께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연은 중앙일보 스튜디오로 모시겠습니다.
기억해야 할 곳이 특별한 곳이면
중앙일보 권혁재 사진전문기자와
포토팀 사진기자들이 어디든 갑니다.

기록한 인생 사진은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아울러 사연과 사진을 중앙일보 사이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사연 보낼 곳: photostory@joongang.co.kr
▶6차 마감: 8월 31일
▶7차 마감: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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