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가슴은 왜 작아?" 민망한 아이 질문에 남편의 현답[괜찮아 부모상담소]

중앙일보

입력 2021.08.31 06:00

업데이트 2021.08.31 17:03

중앙일보가 ‘괜찮아, 부모상담소’를 엽니다. 밥 안 먹는 아이, 밤에 잠 안 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통쾌한 부모 상담을 해드립니다.

속옷 안 입고 다니는 남매 어떻게 가르치죠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 남매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일상 풍경은 여느 집과 비슷한데, 목욕만 하면 근심이 올라옵니다. 아이들이 각자 샤워를 하고 벗은 채로 그냥 나오거든요. 부끄러운지를 모르고 벗은 채로 나와요. 아직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오빠인 큰 아이는 가끔 가족들 있는 곳에서도 속옷을 안 입고 다녀요. “가족들 앞에서도 소중한 곳을 보여주는 것은 아냐. 어서 속옷 입자”고 말해주는데, 어떻게 설명해주면 좋을까요.
또 여동생은 유튜브로 ‘먹방’을 보는걸 좋아하는데, 따라 하려고 하는 게 문젭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도 못 가고 아무래도 활동이 줄어드니 살이 찌는 것도 같은데 어떻게 하면 음식 조절을 하게 할지도 고민이에요.

신의진 교수의 조언

아이들이 씻고 나와서도 속옷을 안 입으니 걱정이 되는군요. 성교육을 해야 하나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많은 부모님이 성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어떤 교재가 좋은지를 많이 물어보십니다.
저는 사실 다른 부분이 신경이 쓰입니다. 우리가 아는 성에 대한 태도와 성 역할의 구분은 사실은 만6세면 이뤄지게 됩니다.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남자아이들은 남자끼리, 여자아이들은 여자끼리 편을 갈라 놀게 되잖아요. 그러다가 사춘기가 되면 다시 이성에게 관심을 갖게 되지요.

성교육은 6세 이전부터 하세요

그간 아이들이 샤워하고 나와서 알몸을 보여줘도 조금 담담하게 보셨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점차 크다 보니 ‘이제 좀 교육을 해야겠구나’ 고민하시는데요, 저는 외려 6세 이전엔 어떻게 하셨느냐고 묻게 되네요. 성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어릴 때 효과가 크거든요. 고학년이 되면 부모가 사실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줄어듭니다.

이유는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 때문인데요. 성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매우 은밀한 욕구에 해당해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부모에게도 잘 이걸 말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대학생 아들이 “엄마, 나 여자친구와 뽀뽀했다” 이런 이야기를 할까요? 아니겠지요. 아이들이 어린 시절, 자기 알몸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우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성에 관한 아이들의 심리적인 성숙도를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엄마 가슴은 왜 작아”라고 하는 아이에게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사춘기가 시작되는 아이들이 많지요. 자기 몸에도 관심이 늘어나고요. 아이들이 그런 것들을 자기 부모에게 터놓고 말하지 않기 시작하고요. 그래서 부모님이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외려 귀를 막고 도망가곤 해요.

저 역시 두 아들을 키우면서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친구들과 함께 청소년 성교육을 시켜주는 곳에서 친구들끼리 교육을 받아보도록 해봤어요. 혼자 들으라고 하면 아이들이 안 하려고 하니까요. 음란물을 자주 보면 어떻게 되는지, 이런 것들을 친구들끼리 듣게 되면 훨씬 효과적인 교육이 될 수 있어요. 부모님이 책을 보고, 가르치시는 것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저도 아이가 어릴 때 친구와 야한 사진을 보고는 “엄마 가슴은 왜 작아?”라고 물었던 적이 있어요. 저도 당황했어요. 근데 소아과 의사였던 남편이 “너희들이 (모유를) 많이 먹어서 그래”라고 답하니까, 성적인 대상으로서의 가슴이 기능적인 부분으로 변해서 아이들이 차분해지더라고요. 이런 경우엔, 부모님들께서 지혜로운 대답으로 아이들의 관점을 바꿔볼 필요가 있어요. “왜 그런 것을 봤냐”고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요.

성교육, 경계 교육부터 시작해요

만 4~5세, 자기 몸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데요. 아이들이 조금만 다쳐도 반창고 열 개씩 붙이려고 들잖아요. 그게 무슨 이야기냐면 자기 몸에 대한 생각을 발달시키고 있는 때라는 겁니다. 성교육이 뭘까요. ‘다른 사람이 내 몸을 만지면 안 된다, 또 타인의 소중한 곳을 만지는 것은 안 된다. 부모라 할지라도 허락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거든요.

기본은 자기 자신의 몸을 아끼고, 남의 몸도 소중하게 대하고, 합의되지 않은 어떤 행동을 하면 절대 안 된다와 같은 것을 배우는 겁니다. 이걸 ‘바운더리(경계) 교육’이라고 합니다. ‘수영복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중요한 부위는 다른 사람이 만지거나 보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와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나이거든요. 자기 몸에 소중함과 동시에 이 경계를 아무나 침범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우는 시기입니다.

또 이런 성교육을 할 때쯤이면, 동성 부모는 괜찮은데 이성 부모가 아이를 씻길 때는 속옷은 반드시 입고 하시길 권합니다. 부모와 자녀 간에도 경계가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워야 하거든요. 딸을 씻기는 아빠인데, 아빠가 속옷을 다 입고 씻길 때와 다 벗고 하는 거와는 아이 입장에서는 차이가 많은 거거든요.

초등 아이들 성교육은 어떻게

자연스럽게 금기시하지 않고 지혜로운 대답으로 아이들의 관점을 건전하게 할 필요가 있어요. 최악은 야단치는 것이거든요. 왜 이상한 사진이나 영상을 봤냐고 하면 아이가 이후부터는 입을 다물게 됩니다. 이상한 걸 보고 왔다고 해서 다그칠 게 아닙니다. 부모와 아이 간에 정서적인 교감이 부족해도 이야기를 안 하게 되겠지요. 부모나 타인과 이야기하고 상의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 있으면 이상한 영상에도 빠져들 수 있게 됩니다. 혹시 아이가 나를 멀게 느끼진 않나, 반성도 하셔야 하고 이런 대대적인 고민을 해보시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어요.

또 부모님들께서 조금 공부할 필요도 있어요. 성 발달은 어떻게 되는지, 또 시사적으로도 성 소수자의 문제 등에 관해서도 관심을 갖고 아이와 대화하시면 좋겠어요. 부모가 객관적으로 접근하면 아이들도 그것을 개인화해 받아들이지 않고 ‘아, 그럴 수 있구나’ 이렇게 자연스럽게 성에 대한 발달을 알게 되거든요.

먹방 문제는 선후 관계부터

마지막으로 어머님께서 둘째 아이의 먹방 시청 문제를 말씀 주셨는데. 먹방 때문에 살이 찐 것인지, 아니면 먹는 데 관심이 많아서 먹방을 보는 것인지를 구분하셨으면 좋겠어요. 식욕이 많지 않은 아이에게 계속 먹방을 보여준다고 해서 그 친구가 많이 먹을 리는 없거든요. 본인이 먹는 것을 보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에 그걸 계속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 경우엔 아이와 함께 식단 짜기를 권해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식습관, 영양분까지 배울 수 있고 음식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될 수 있어요.

괜찮아,부모상담소로 오세요
밤에 잠 안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오만가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유쾌,상쾌, 통쾌한 부모상담을 해드립니다. 중앙일보 헬로!페어런츠(www.joongang.co.kr/parenting) 마파클럽 게시판을 통해 사연 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헬로!페어런츠에서 더 풍성한 부모뉴스도 만나보세요.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