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사퇴 나비효과…정치권은 온통 '숨은 땅' 찾기중

중앙일보

입력 2021.08.31 05:00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경선 및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는 모습. 뉴스1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경선 및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는 모습. 뉴스1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던진 ‘의원직 사퇴 카드’가 대선 정국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윤 의원이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기 위해 동원한 초강수 때문에 대선 주자들에게 불길이 번진 형국이다.

현실적으로 윤 의원이 사직하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사직안을 처리하라”며,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탈당 처리부터 하라”며 서로 공을 넘기고 있어서다. 당분간 사퇴 문제는 정치 공방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윤 의원의 사직 여부보다 정치권이 더 주목하는 건 그로 인한 ‘나비 효과’다. 윤 의원이 결과적으로 이른바 ‘윤희숙 스탠더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본인도 아닌 부친의 의혹과 관련해, 그것도 명백하게 투기라고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기득권을 던지는 모습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검증기준을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선 주자들은 재빨리 이 흐름을 잡아채고 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과 부인, 부모와 두 딸의 최근 10년 간 재산 변동 내역을 공개했다. 원 전 지사의 총재산은 2011년 12억1000만원에서 지난해 19억6000만원으로 늘었고, 현재 부동산 자산은 배우자 명의로 2014년 7억5000만원에 매입한 제주시의 주택이 전부였다. 취업 준비생인 두 딸은 부동산이 따로 없다. 원 전 지사는 이같은 자료를 공개한 뒤 “본인이 아닌 부모의 일로 윤희숙 의원이 사퇴를 선언한 것은 책임 문화가 사라진 정치권에 내리는 죽비와 같다”며 “공직자 검증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셀프 재산공개’ 원희룡 “윤희숙, 공직자 검증 새 기준 제시”

또 다른 야권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검증받아야 한다”고 이미 강조하고 있고, 유승민 전 의원은 더 나아가 “(부동산뿐 아니라) 예금이든 주식이든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30일 국회 세종의사당 예정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부동산 전수조사 의견에 대해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의원을 향해 “최악의 부동산 범죄 의혹이 있는 사람”이라고 공격했던 민주당 대선 주자 김두관 의원은 30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의원 사퇴안 처리를 주장했다. 그러고는 “여당에도 부동산 기득권들이 있지 않느냐. 이번 기회에 완전히 뿌리 뽑고 제거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이번에 앞뒤 재지 말고 캠프에 윤희숙 같은 의원이 몇 명인지 세지 말고 무조건 (윤희숙) 의원직 사퇴(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대선 주자 모두 부동산 검증에 원론적 동의 

지난 26일 이재명 경기지사는 “고위공직자들의 직계가족 부동산 소유 현황 및 과정을 공개하도록 하자”고 했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도 대선 후보의 부동산 조사에 동의의 뜻을 표시했다.

네 번째 대선 도전을 선언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3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희숙 의원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기에 연루된 의원들은 의원직을 유지할 자격이 없다”며 “외부인사로 구성되는 국회 윤리특위를 구성해 국회의원 배지 달고는 절대 투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국회 스스로 의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왼쪽부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중앙포토

왼쪽부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중앙포토

정치권에선 지난 4·7 재·보궐선거에 이어 내년 3·9 대선도 ‘부동산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한 근거는 한국갤럽이 지난 27일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조사에 나타나 있다. 해당 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와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각각 38%와 54%였다. 문 대통령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 중 그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건 ‘부동산 정책’(28%)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 미흡(14%)과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11%), 불공정·내로남불(5%) 등을 꼽은 경우도 있었지만 부동산 문제를 꼽은 답변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이다.

“부동산 문제 발견되면 다른 네거티브보다 타격 심할 것” 

전문가들은 부동산 문제에 대한 여론 민감도가 상당히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와 관련한 부동산 문제가 포착될 경우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부동산 문제는 단순히 재산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걸 압축적으로 말해주는 기준이 돼 버렸다”며 “아직까지 대선 주자를 향한 네거티브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부동산 검증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다른 네거티브보다 타격을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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