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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부동산 뭉칫돈, 비규제로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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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비규제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자 정부는 경기도 동두천시 일부 지역 등으로 규제지역을 확대했다. 사진은 동두천시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비규제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자 정부는 경기도 동두천시 일부 지역 등으로 규제지역을 확대했다. 사진은 동두천시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서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지방의 비규제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한 곳을 누르자 다른 곳이 튀어 오르는 ‘풍선효과’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7월 전국 아파트 거래(매매)는 38만5143건이었다. 이 중 비규제 지역 거래(12만5588건)는 32.6%를 차지했다. 월별로 보면 지난 1월과 2월 아파트 거래에서 비규제 지역의 비중은 31.1%였다. 이 비중은 지난 6월 35.2%까지 높아졌다. 지난달에는 33.7%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해 2월과 6월, 11월, 12월의 네 차례에 걸쳐 규제지역을 추가했다.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지방 5대 광역시와 전북 전주, 충북 청주, 충남 천안, 경남 창원 등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전국 236개 시·군·구 가운데 비규제 지역은 75곳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비규제 지역의 아파트 매매·임대차 거래는 18만1635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2만4093건)보다 46.4% 늘었다. 충남은 지난해 상반기 1만4449건에서 올해 상반기 2만8237건으로 95.4% 증가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상반기 1984건에서 올해 상반기 3867건으로 94.9% 늘었다.

지방 비규제 지역에선 청약통장 가입 후 6개월이 지나면 청약 1순위 자격이 생긴다. 비규제 지역에선 집값의 최고 70%(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당첨 후 일정 기간 청약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은 적용하지 않는다.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은 길어도 6개월이다. 규제지역과 비교하면 취득세나 양도소득세 같은 세금 부담도 적은 편이다.

올해 규제-비규제지역 아파트 거래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올해 규제-비규제지역 아파트 거래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비규제 지역에서 아파트를 매수하는 외지인은 늘고 있다. 업계에선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가 유입한 것으로 풀이한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거주자의 제주도 아파트 매수는 164건이었다. 이 업체가 한국부동산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같은 기간(82건)과 비교하면 100% 증가했다.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제주도와 강원도는 전 지역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제주도 아파트값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14.5% 올랐다. 지난해 제주도 아파트값이 1.1% 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강원도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6.4% 상승했다.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3.4%)을 크게 웃돌았다.

강원도 강릉시 유천동의 강릉유천유승한내들퍼스트는 지난달 입주를 시작했다. 2018년 입주자를 모집할 때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3억원대 초반이었다. 지난 4월에는 2억원 넘는 웃돈이 붙어서 거래됐다. 제주시 이도2동의 주공1단지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곳의 전용면적 59.3㎡는 지난 6월 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5억7000만원)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2억6000만원 올랐다.

아파트 분양 시장에선 청약자들이 지방 도시로 몰리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난 1~7월 지방 도시(수도권과 5대 광역시 제외)의 1순위 청약 건수는 64만2311건이었다. 이 업체가 한국부동산원의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같은 기간(14만837건)과 비교하면 356% 증가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방 부동산 시장에선 지난해부터 입주 물량이 감소하면서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해소됐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지방 미분양 물량은 1만4623가구로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251가구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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