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굴욕 김정은, 바이든에 앙갚음?

중앙일보

입력 2021.08.31 00:02

업데이트 2021.08.3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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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화 제안에 불응하던 북한이 평북 영변 핵시설의 가동 징후를 노출하며 핵 카드를 다시 꺼냈다. 북한이 핵탄두 10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50여㎏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국방백서)됨에도 영변에서 움직임을 드러낸 이유는 뭘까.

북한이 최근 “강력한 억제력 강화”를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실제 핵물질 생산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 6월 전술핵 개발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고농축우라늄(HEU)보다 소형화에 유리한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을 위협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김정은의 굴욕’으로 평가되는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를 되갚으려 영변 재가동을 노출했을 수 있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영변 핵시설 무력화 카드를 꺼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거부당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돌려 트럼프 행정부의 ‘기회 상실’ 책임을 부각해 바이든 행정부에 시위하려 했을 수 있다. 국제사회가 인공위성으로 영변을 정밀 감시 중이란 사실을 잘 아는 북한이 이곳에서 움직임을 드러낸 자체가 ‘의도적 노출’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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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미 연합훈련(8월 16~26일)을 한 달여 앞둔 시점인 지난 7월 행동에 나섰다는 점도 북한의 택일 전술로 풀이된다. 북한은 통상 한·미 연합훈련을 전후해 각종 미사일 발사나 자체 대규모 훈련으로 맞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연합훈련 때 군사적 특이 동향이 없는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연합훈련 기간에 무력시위는 없었지만 대신 북한은 핵 시위에 나선 셈이다.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선 복구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차원에서 결단했다는 해석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게 됐다. 북한은 영변을 가동한 상태에서 통신선 복구로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듯 내비친 뒤 다시 연합훈련을 이유로 통신선을 끊었다. 한·미 모두를 향해 북한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영변 전면 가동이나 그 이상의 핵 개발을 가속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5월 외교적 해법에 방점을 찍은 새로운 대북 정책을 확정했다. 한·미 정상회담(5월 21일) 자리에선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성 김)를 임명함으로써 대화 의향도 알렸다. 이런 미국을 상대로 북한은 영변을 보여주며 몸값을 높이려 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하노이 회담 이후 중단된 북·미 협상 재개를 앞두고 영변 핵시설이 여전히 유효한 대미 협상 카드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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