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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핵 재가동 알고도 정부, 통신선 복구 홍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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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7월 초부터 북한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를 포착했으면서도 같은 달 27일 남북 통신선 복구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핵 시위’에 나섰는데 정부가 남북 관계 진전만을 부각하려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북한 핵시설 재가동 정황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북핵 동향 보고서를 통해 27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보고서는 영변 핵시설 내 5㎿ 원자로와 관련해 “2021년 7월 초부터 냉각수 방출을 포함해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정황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IAEA에 따르면 2018년 12월부터 올해 7월 전까지는 5㎿ 원자로가 가동됐다는 정황이 전혀 없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긴밀한 한·미 공조하에 북한 핵·미사일 활동을 지속 감시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당국은 7월 초 영변 핵시설 재가동 정황을 한·미 정보 자산을 통해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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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정부는 지난달 27일 13개월 만의 남북 통신선 복구를 발표하면서 향후 남북 관계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쏟아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하루 뒤 인터뷰에서 “통신선 복원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를 위한 가장 낮은 단계의 조치”라며 “남북 정상회담도 하나의 징검다리고, 최종 목표는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관련 부처도 지원사격에 나서 통일부는 지난달 30일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이후 중단됐던 민간 단체의 대북 물자 반출 두 건을 10개월 만에 승인했다. 방미 중인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9일(현지시간) “여러 분야에서 북한과 인도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패키지를 만들어가기 위해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지난 1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전후해 정부·여당은 ‘훈련 연기론’까지 들고나왔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30일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고, 지난 5일 범여권 국회의원 70여 명은 훈련을 연기하자는 연판장까지 돌렸다. 모두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되는 와중에 벌어진 일들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정부가 북핵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도 북한과의 대화 추진에 유리한 정보만 공개하고 있다”며 “북한 관련 정보를 선택적으로 활용해 여론을 유도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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