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골 넣고 사죄한 안산 강수일 "많은 사람들에게 죄송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22:14

30일 안양전에서 6년 만에 K리그 복귀골을 넣고 인사 세리머니를 하는 안산 그리너스 강수일.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30일 안양전에서 6년 만에 K리그 복귀골을 넣고 인사 세리머니를 하는 안산 그리너스 강수일.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안산 그리너스 공격수 강수일(34)이 6년 만에 K리그에서 득점했다. 골을 넣은 뒤 그는 '사죄 세리머니'로 자신의 잘못을 사죄했다.

안산은 30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2 27라운드 FC 안양전에서 1-1로 비겼다. 최근 3연패를 당했던 8위 안산(승점30·7승8무11패)은 4경기 만에 승점을 추가했다.

전반전 슈팅 0개에 그칠 정도로 안산은 수비에 집중했다. 후반전에도 안양의 공세가 이어졌지만 잘 버텨냈다. 하지만 후반 34분 실점을 허용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안양의 조나탄에게 선제골을 줬다.

하지만 2분 뒤 동점을 만들었다. 안양 수비가 골키퍼에게 주는 백헤딩이 공격진영에 남아있던 강수일에게 흘러갔고, 강수일은 골키퍼 정민기 키를 넘겨 빈 골문에 넣었다. 강수일이 올 시즌 7경기만에 넣은 마수걸이 골이다.

강수일은 경기 뒤 "경기장에서 뛸 수 있다는 것에 감사드린다. 팀이 어려운 상황인데 원정에서 값진 승점 1점을 얻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는 득점 이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사죄 세리머니'였다. 강수일은 "골을 넣으면 저를 응원해주셨던 분들에게 사죄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그런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른 큰 뜻은 없었다. 많은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안산 그리너스 강수일.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안산 그리너스 강수일.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강수일은 주한미군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타고난 스피드와 유연성에 의지까지 더한 그는 다문화 가정을 상징하는 선수로 떠오르기도 했다.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를 통해 K리그에 데뷔한 그는 제주, 포항 등을 거치며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이 이어졌다. 2015년 발모제를 사용했다가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징계를 받았고, 징계기간 음주운전 교통사고까지 냈다. 그렇게 그는 K리그 그라운드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징계가 끝난 뒤 일본, 태국 등에서 뛰었지만 그에겐 '풍운아' '문제아'란 굴레가 씌어졌다.

강수일이 다시 K리그로 돌아온 건 올해 3월이다. 안산이 강수일을 테스트한 뒤 계약했다. 복귀 당시에도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지만 안산은 강수일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강수일은 제주 시절인 2015년 5월 23일 전남전 이후 6년 만에 골을 넣었다.

강수일은 "팀에 들어왔을 때 감독님께서 '고개를 숙이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자숙하고, 축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셨다. 그 말이 맞다. 긴 시간이 지나 골을 넣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지만 축구에 집중해야 한다. 골을 넣기보다는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수일은 "돌아올 수 있게 기회를 주신 안산 구단과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 그래서 저는 더 열심히 해야한다. 공격수다 보니 골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골을 넣기 위해서만 플레이하는 건 아니지만, 팀이 하나가 되게 준비하면 기회가 올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수일은 자신과 같은 다문화 가정 출신 어린이를 돕기 위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중앙포토

강수일은 자신과 같은 다문화 가정 출신 어린이를 돕기 위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중앙포토

강수일은 선수 시절 어린이와 다문화 가정 등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선수였다. 그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나름대로 어린아이들을 위해서 작게나마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왜 한국으로 돌아왔는지를 물었다. 강수일은 "해외에서 뛸 때 든 생각이 '가장 좋았을 때가 대한민국에서 뛰었을 때라는 것'이었다. 해외 생활이 행복하지 않은건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뛴다는 게 소중하다는 걸 알았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사죄하고, 부모님께 나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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