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자발찌 살인마, 기초수급 등 700만원 귀신같이 알고 챙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모(56)씨가 지난 5월 7일 출소 후 3개월 동안 구청 등으로부터 약 700만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서울시 송파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에서 기초수급생활자에게 지급하는 항목으로 받은 금액이 340만원, 후원 기관의 후원금이 350만원이라고 한다.

구청 관계자는 “강씨가 (수급 가능한 항목을) 다 알고 와서 달라고 하는데 일단 조건에 부합하니 안 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급 안 하면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정보공개청구를 한다느니 거의 반협박을 하기도 했다”며 “(강씨는) 내가 범법자고 감방에서 살다가 출소했으니 국가가 날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마음가짐이었다”고 덧붙였다.

전복 삼계탕과 한우도 받아가

강모(56)씨가 살고있는 주거지 인근의 모습. 최연수기자

강모(56)씨가 살고있는 주거지 인근의 모습. 최연수기자

강씨는 주민센터와 구청 등에서 이미 유명인사였다. 기초생활수급자를 인정받기 전까진 일주일에 두 번씩 방문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25일, 약 한 달 반 만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다. 구청 관계자는 “당장 배고프고 잘 곳이 없다고 얘기해 ‘긴급 처리’로 분류됐고 객관적으로 긴급하다는 게 소명이 돼 지침에 따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성을 지르는 등 담당자가 많이 힘들어했다”며 “수급자가 되고 나서는 잠잠해졌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돈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후원하는 물품도 계속 받아갔다고 한다. 그중에는 전복 삼계탕과 한우도 있었다. 구청 관계자는 “물품이 들어오면 보통 기초생활수급자들을 대상으로 돌아가면서 지급하는데, 강씨는 눈에 띄기만 하면 들어와서 달라고 하면서 갖고 갔다”고 말했다.

거여동에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총 412가구, 578명이다. 이들이 받는 공적 수급비는 보통 한 달에 80만원이라고 한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정말 신경 썼는데 (이번 사건으로) 배신감을 느낀다”라고도 말하기도 했다.

건강보험료 3만원은 미납

전자발찌를 끊고 살인 행각을 벌인 강모씨의 송파구 거주지.   강씨는 지난 27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한 뒤 이틀 만에 자수했다.   연합뉴스

전자발찌를 끊고 살인 행각을 벌인 강모씨의 송파구 거주지. 강씨는 지난 27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 전후 여성 2명을 살해한 뒤 이틀 만에 자수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강씨는 지난 7월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그의 체납 금액은 3만 950원이다. 3개월간 받은 700만원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강씨는 출소 이후 화장품 방문 판매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구청 측에서는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구청 관계자는 “자신이 직장이 있다는 것을 밝히면 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되니까 말을 안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강씨가 따로 구청에 신고하지 않아도 국세청에 소득이 잡힐 경우 구청 쪽으로 그 내역이 넘어온다. 그는 “넘어오는 데에는 2~3달의 기간이 걸리는데 아직 구청 측에 접수된 건 없다”며 “현재 강씨의 소득은 0원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지인에게 “돈을 안 해줘서 끝났다” 전화

강씨의 살해 동기가 돈 문제 때문으로 보이는 교도소 동기의 제보도 언론에 공개됐다. 강씨의 교도소 동기는 강씨가 경찰에 자수하기 전, 자신과 통화한 내용을 언론에 제보했다. 강씨는 통화에서 "돈을 안 해줘서 모든 게 끝났다. 너무 사고가 나서. 내가 지금…돈이 필요해"라고 했다. 여성을 살해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2차 살해가 벌어지기 8일 전, 피해 여성과 강씨가 말다툼하는 모습이 CCTV에 잡히기도 했다. 이 여성은 두번째 피해자로 강씨가 자수하러 경찰서에 갔을 때 차량에서 숨진채 발견된 인물이다. 피해 여성은 당시 말싸움을 하면서 세 차례 편의점에 들렀다. 강씨의 집 인근 편의점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자가) 밖에서 소리가 나면 경찰을 불러달라고 했다. 되게 떨었다"고 말했다. CCTV 영상에는 근처 편의점에서 밤에 강씨와 피해 여성이 언성을 높이며 한 시간가량 말다툼을 한 모습이 담겼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