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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날뛰는 살인마, 무기력한 법무부 경찰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30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전자발찌 절단 살인범죄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8.30/뉴스1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30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전자발찌 절단 살인범죄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8.30/뉴스1

성범죄 재범가능성 높은 고위험군인데

법무부는 감시소홀, 경찰은 무기력 대응

1. 연쇄살인마가 시신을 실은 차를 몰고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전과14범 강모씨(56)가 전자발찌를 잘라버리고 39시간 돌아다니면서 2명의 여성을 살해했습니다. 강씨는 지난 5월 보호감호중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조건으로 풀려났습니다. 법무부가 흉악범을 가출소로 풀어주고, 이후 감시감독을 소홀히 한 결과입니다.

2. 강씨는..보호감호 중간에 풀어주거나, 제대로 감시 않고 방치해선 안되는 ‘고위험군 범죄자’입니다.
강도강간을 반복해온 성범죄자이기 때문입니다. 이상성욕 등 정신질환 가능성이 있기에..재범위험율이 높습니다.
실제로 그의 범죄전력이 그렇습니다. 그는 17살 때부터 감방을 들락거렸습니다. 2005년 출소 직후 감방동료들과 함께 40일 동안 30여회 강도짓을 했습니다. 돈만 뺏는 다른 공범과 달리 강씨는 피해자를 성폭행했습니다. 그래서 15년형을 받았습니다.

3. 강씨는 가출소 3개월만에 연쇄살인을 저질렀습니다.
-26일 밤 10시. 노래방에서 만난 40대 여성을 집으로 유인해 살해.
-27일 새벽 0시14분. 야간외출제한(밤11시부터 새벽4시) 어기고 외출했다가 34분 귀가.
-27일 오후 5시31분 절단기로 발찌 절단 도주.
-29일 새벽3시 50대 여성 유인해 차량에서 살해. 오전8시 송파경찰서 자수.

4. 범죄예방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 보호관찰소와 경찰의 대응이 무기력했습니다.
보호관찰소 직원은 특수사법경찰관입니다. 직원은 27일 새벽 강씨가 무단외출했을 때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당시 40대 여성이 강씨 아파트에 숨져 있었습니다. 직원은 전화통화에서 강씨가 ‘배가 아파 잠깐 편의점에 갔다왔다’고 하자 아무 확인 없이 돌아섰습니다. 무단외출이니까 나중에 조사받아야 한다는..행정절차는 통보했답니다. 최소한만 한 셈이네요.

5. 보호관찰소는 그날 오후 강씨가 발찌를 절단하자 경찰에 검거협조요청을 했습니다. 경찰도 제대로 안움직였습니다.
경찰은 연락 받자마자 30분만에 강씨 집앞으로 출동했습니다. 그런데 시신이 유기된 집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주변 CCTV영상을 확인한 결과 강씨가 집에 없다고 판단해..현장확인조차 않은 겁니다.

6. 경찰은 두가지 핑계를 댑니다.
첫째, 영장이 없어서 못들어갔답니다. 이번 경우는 영장이 없어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중범을 저질렀다고 의심되는 사람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으며,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위해가 절박해 부득이할 경우 ‘토지나 건물에 들어갈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영장보다..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7. 두번째로, 경찰은 법무부 핑계를 댑니다.
‘보호관찰소로부터 강씨의 범죄전력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흉악범죄가 저질러졌을 걸로 짐작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 대목은 법무부가 잘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전자발찌를 끊고 도망쳤다’는 것은 사실상 ‘중대범죄 예고’로 받아들이는 것이 제대로된 경찰관의 사명감일 겁니다.

8. 사건이 터지자 법무부에서 ‘대책마련’을 다짐합니다.
-발찌를 더 튼튼하게 만들겠다.
-경찰과 긴밀히 공조하겠다.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겠다.
-해당인력을 늘리겠다.

9.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예산, 인원과 함께 내부조직문화 변화등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법무부는 최근 아프가니스탄 난민 입국 과정에서 ‘황제의전’ 등 구태로 비판 받았습니다. 검찰개혁이란 이름 아래..민생보다 정치에 매달려왔습니다. 과연 어떤 내부조직문화를 만들어왔나요. 범죄예방을 중시하는 문화는 아닌 듯합니다.
〈칼럼니스트〉
2021.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