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광주가면서 수십번 어디가냐...7년전부터 기억감퇴"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21:20

업데이트 2021.08.30 21:34

전두환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2시 30분께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두환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2시 30분께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지난 2014년부터 기억력 감퇴 증세를 보였고 지금은 재판을 받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30일 증언했다.

민씨는 이날 광주지법에서 열린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전씨가 2014년부터 기억력 감퇴 증세를 보였다고 진술했다.

민씨는 "2014년 무렵 전 대통령이 이미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이고 있었느냐"는 전씨 변호인의 질문에 "자꾸 했던 말을 되풀이하셨다. 나이 탓일 것으로 생각했다. 깜빡깜빡하셨지만 중국에도 두 번 가시고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언제부터인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회고록을 출간하게 됐다'는 회고록 속 문구를 언급하면서 알츠하이머에 관해 묻자 "가까운 일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씨는 "예를 들면 몇십 년 전 배운 바둑 실력은 그대로인데 5분 전 나와 바둑둔 것은 기억하지 못한다"며 "같은 장소에서 바둑 두며 차도 마셨는데 저더러 '혹시 바둑 둘 줄 아나?'라고 물어보셨다"고 부연했다.

지난해와 올해 형사 재판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에 올 때도 차 안에서 수십번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민씨는 "불과 몇 분 전 말씀 드렸을 때 다 알아들으셨는데 또 '광주 가느냐. 이 재판이 뭐냐'고 묻는다. 오래전 기억도 사라지고 있지만 최근 기억은 저장 자체가 안 되는 상태"라고 했다.

전씨는 지난 13일 대학병원에 입원해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고 지난 25일 퇴원했다. 민씨는 퇴원한 뒤 사저로 돌아왔을 때도 "입원했다가 퇴원한 사실을 모르고 줄곧 사저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7년 4월 회고록 출판 당시 기억력 등이 온전하지 않아 회고록 내용에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2005년부터 전씨 가족과 비서관들이 조금씩 구술 녹취록을 만들어 2014년께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였다고 민씨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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