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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아프간 두고…전세기로 개·고양이만 빼낸 동물 애호가

중앙일보

입력

동물애호가 펜 파딩이 강아지를 안고 있는 모습. [펜 파딩 트위터]

동물애호가 펜 파딩이 강아지를 안고 있는 모습. [펜 파딩 트위터]

아프가니스탄에서 동물 자선단체를 운영해온 전직 영국 해군장교가 우여곡절 끝에 아프간 탈출엔 성공했지만, 결과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최근 그가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는데, 그가 보호하던 개와 고양이 수십마리는 영국으로 데려왔지만 함께 일한 단체 직원들은 없었다고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WP "전세기로 개 고양이 데려왔는데 단체 직원은 없어"

아프간에서 동물 자선단체 나우자드를 운영해온 폴 펜 파딩의 이야기다. 앞서 파딩은 개와 고양이를 아프간에서 구하는 과정을 '방주 작전(Operation Ark)'이라 명명하며 동물 애호가들로부터 소셜 펀딩을 받아 전세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군 당국이 전세기의 이착륙을 불허하자 소셜미디어(SNS)에서 "영국은 나를 버렸다"며 영국 국방부와 충돌했다. 아프간 내 영국인 소개 작전을 총괄하는 벤 윌리엄스 국방장관은 "(영국이 그를 버렸다는 건) 헛소리"라며 "파딩과 그의 직원들은 영국 여권 소지자로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지만, 동물이 사람을 우선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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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등에 따르면 그는 개인 전세기를 타고 29일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없었고 개와 고양이 수십마리만 데려왔다. 파딩은 "방주 작전이 끝났다. 부분적 성공"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공식 단체 계정에는 "아프간에서 길고 험난한 여행을 마치고 개와 고양이를 안전하게 하차했다"며 "방주 작전은 아직 진행 중이고, (아프간에 남은) 직원들과 관련해 긍정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는 말이 남았다. 동물만 데려온 이유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벤 윌리엄스 영국 국방장관.[AP=연합뉴스]

벤 윌리엄스 영국 국방장관.[AP=연합뉴스]

그가 국방장관에게 욕설 메시지를 남긴 일도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주 영국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직원과 동물들을 데리고 아프가니스탄을 나가게 해달라"며 "나는 22년동안 왕립 해병대 특공대에서 복무했다. (해결 시한은) 내일 아침까지"라고 요구하며 욕설 메시지를 남겼다.

WP에 따르면 윌리엄스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파딩과 그의 지지자들이 내 고위 지휘관들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탈레반 지도자에게 길을 터달라고 SNS로 공개 호소하기도 했다. 탈레반 대변인 수하일 샤힌에게 트위터를 통해 "친애하는 선생님, 우리 팀과 동물들은 공항에 갇혀있습니다"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항공편이 있는데, 안전한 통행을 보장해주실 수 없을까요"라고 했다.

펜 파딩이 동물 자선 단체 나우자드에서 보호하는 강아지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고 있다. [펜 파딩 트위터]

펜 파딩이 동물 자선 단체 나우자드에서 보호하는 강아지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고 있다. [펜 파딩 트위터]

이런 과정을 거쳐 그와 그의 동물들은 아프간을 무사히 탈출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30일 가디언에 따르면 파딩은 결국 국방장관에게 욕설 메시지를 남긴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영국은 당초 아프간에서 영국 협력 민간인들을 구출할 때까지 철군 시한을 연기하려 했지만 카불에서 폭탄 테러 위험이 높아지자 28일 철군을 마쳤다. 그런 가운데 150명 가량의 영국인과 1000여명의 아프간 내 협력자들을 데려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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