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 짜증났다" 9년 키워준 친할머니 30번 찌른 10대 형제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20:47

업데이트 2021.08.30 23:30

30일 오전 대구 서구 한 조손가정에서 10대 형제가 자신들을 키워준 친할머니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집 대문 앞에 폴리스 라인이 붙은 모습. 연합뉴스

30일 오전 대구 서구 한 조손가정에서 10대 형제가 자신들을 키워준 친할머니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집 대문 앞에 폴리스 라인이 붙은 모습. 연합뉴스

대구에서 10대 형제가 친할머니를 살해하는 일이 발생했다. 숨진 할머니는 자신을 찌른 손자를 9년 전부터 애지중지 돌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서부경찰서는 30일 “이날 0시10분 서구 한 주택에서 손자인 A군(18)이 흉기로 할머니(77)를 수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할머니는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머리와 얼굴, 팔 등을 30회 이상 찔려 부상이 심해 결국 숨졌다. 경찰은 “손자가 흉기로 아내를 여러 번 찔렀고, 아내 옆에 못 가게 한다”는 할아버지(92)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은 A군을 존속살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했으며 동생인 B군(16)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긴급 체포했다. 이들은 할머니가 잔소리하고 심부름을 시킨다는 이유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A군은 “할머니가 잔소리하고, 심부름을 시켜서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형제는 2012년 8월부터 부모와 연락이 끊긴 뒤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에 자라왔다. 할머니는 2007년 9월, 할아버지는 2001년 2월 신체장애 판정을 받았다.

뉴스1에 따르면 평소 조손 간의 사이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특히 장애가 있는 할아버지보다 몸이 다소 덜 불편한 할머니가 손자를 주로 돌봐왔다.

참극이 벌어진 주택의 옥상에는 숨진 할머니가 월요일 등교할 손자를 위해 빨아둔 것으로 보이는 흰색 교복이 널려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교육청 한 관계자는 “숨진 할머니는 조손가정의 양육자로, 손자 둘을 길러왔다”며 “이유 여하를 떠나 이런 일이 발생해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아프다”고 뉴스1을 통해 말했다.

대구 서구청 한 관계자는 “2013년부터 기초생활수급 대상 가정으로 지정돼 지원금으로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들 형제를 대상으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이르면 내일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동생도 공동정범으로 구속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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