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언론에 재갈 물리겠다는 與

박용진 빼고 민주당 주자는 모두 ‘언론재갈’ “강행”…야권은 “처리 반대” 선명성 경쟁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18:31

업데이트 2021.08.30 18:58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맨 왼쪽)과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운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ㆍ뉴스1ㆍ뉴시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맨 왼쪽)과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운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ㆍ뉴스1ㆍ뉴시스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로 ‘언론재갈법’(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졸지에 대선 이슈로 급부상했다. 입장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여야 대선주자들의 말을 보태면서 여야는 강대강 대결로 치닫고 있다.

경선 앞두자 강경해진 이재명·이낙연

모든 언론 관련 단체가 반대하는 이 법안 처리에 가장 적극성을 드러낸 민주당 대선주자는 동아일보 기자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다. 지난달 29일 이미 “제가 현직 기자라면 환영했을 것”이라고 말한 이 전 대표는 지난 26일 박용진 의원과의 토론에서 “언론도 때로는 폭력일 수 있다”며 “(이 법안을) 언론피해구제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본다면 시작은 하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구할 시민이 (언론사의 고의·중과실을) 입증해야 하므로 남발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법안에 담긴 폭넓은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 때문에 거액 배상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빈발하도록 설계돼 취재원 보호 등에 치명적 문제를 가져온다는 언론계 및 학계의 지적엔 눈을 감은 것이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뒷쪽)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대비 의원 워크숍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지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뒷쪽)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대비 의원 워크숍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지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지론이고, 5배는 약하다. 고의, 악의적으로 가짜뉴스를 내면 언론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이후 문화체육관광위원회(지난 19일)와 법제사법위원회(지난 25일) 강행 처리가 이뤄질 때는 언급을 삼갔다. 지난 2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의원도 아닌데 잘 모르겠다”고 거리를 뒀다.

그러다 지난 26일 오후부턴 다시 선명성 경쟁에 나선 모습이다. 일부 의원들이 ‘정기국회 대비 워크숍’에서 신중론을 편 이날 이 지사는 SBS뉴스에 출연해 “악의로, 가짜 뉴스로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은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고 27일 페이스북에 “법률적인 지적들은 충분히 감안해서 합리적인 법안을 만들어야겠지만 그것이 언론중재법을 보류하거나 미룰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적었다. 익명을 원한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경선 국면에서 이 지사는 강경론을 밝힐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캠프 내부엔 본선에서의 중도표 이탈, 언론과의 관계 악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언론재갈법’ 관련 여야 대선주자 주요 발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언론재갈법’ 관련 여야 대선주자 주요 발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민주당 주자 중 신중론을 펴 온 사람은 박용진 의원이 유일하다. 그는 “개혁의 부메랑 문제가 고민스럽다”(지난 19일)라거나 “‘교각살우(矯角殺牛·흠을 고치려나 일을 그르친다)’가 될 수 있다”(지난 26일)며 강행하려는 당 움직임에 반대했다. “언론의 자유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남이 나를 비판할 수 있는 권리를 열어놓는 것”(지난 30일)이라면서다. 출발부터 강성 지지층에 기대 온 주자들은 “국민 80%가 동의한다”(지난 27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언론중재법은 찬성”(지난 23일 김두관 의원)이라는 등의 입장이다.

“반민주”“언론탄압”…반대 선명성 경쟁 나선 야권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22일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재갈법”이라며 “권력 비리는 은폐되고 독버섯처럼 자라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헌 소송 ▶범국민연대 등 정치투쟁도 거론했다. 윤 전 총장은 30일에도 세종을 방문해 “세종시 의회 시대에서는 중요한 자유 민주주의의 기둥이 되는 법안이 날치기 통과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을 규탄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을 규탄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언론중재법 규탄 1인 시위를 벌였다. 같은 날 페이스북에 “언론의 자유를 봉쇄하고 언론을 탄압하는 봉쇄소송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 안전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나서서 ‘언론악법’을 중단해야 할 때”라고 적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지난 10일 야권 주자 중 가장 먼저 KBS노동조합의 언론중재법 반대 시위 현장을 찾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언론중재법에 대한 반발로 국민의힘 지지층을 규합하고 있는 것”(박동원 폴리컴 대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문 대통령은 민주당 바짓가랑이 잡고 뒤에 숨지 마시라”(지난 20일)고 말했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언론중재법은 민주당이 문 대통령에게 바치는 퇴임선물”(지난 25일)이라며 선명성 경쟁에 가세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 위원은 “언론중재법을 강행처리를 하려는 여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야당이 부닥치며 대치 전선을 이루고 있다”며 “실제 강행 처리가 되면 대선 본선까지도 불이 옮아 붙으며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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