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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최대 파운드리 업체 인수한 배후는 '중국인'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18:00

전 세계적인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소비재 전자제품 수요가 2022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칩 부족 현상 역시 함께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에도 네덜란드 반도체업체 넥스페리아(Nexperia)가 영국 최대 파운드리업체 합병에 나서며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CNBC]

[사진 CNBC]

中 윙텍 소유 ‘넥스페리아’, 영국 최대 파운드리업체 NWF 합병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넥스페리아는 영국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뉴포트웨이퍼팹(NWF) 합병을 위해 6300만 파운드(약 1010억 원)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NWF는 1982년 설립된 후 반도체 분야에서 영국 최대 생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특히 전력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자동차용 반도체로 업계 선두 자리를 지켜왔다.

NWF 매각은 유럽과 미국이 견제하고 있는 중국에 핵심 기술이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넥스페리아가 중국 스마트폰 ODM 업체 윙텍(Wingtech·聞泰科技)이 소유한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사진 소후닷컴]

[사진 소후닷컴]

삼성 스마트폰 ODM 업체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윙텍. 중국 윙텍은 지난 2018년 넥스페리아의 지분 100%를 보유하며 인수에 성공했다. 이후 공격적인 투자로 반도체 업계에서 몸집을 키워왔다.

중국 자본을 등에 업은 넥스페리아의 NWF 인수 소식에 영국 정치권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톰 투겐다트(Tom Tugendhat)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올 6월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NWF 매각이 국가 안보 등에 우려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을 딛고 윙텍은 자회사 넥스페리아의 NWF 모회사 넵튠6(Neptune 6) 지분 100% 인수 절차가 완료됐다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영국 정부가 지난 4월 도입한 ‘국가안보-투자법’을 통한 인수 거래 심사를 무사히 거친 것이다. 영국의 ‘국가안보-투자법’은 AI와 반도체 등 분야에서 외국 투자를 제한하는 법안으로 알려졌다.

NWF 내부 모습. [사진 Insider Media]

NWF 내부 모습. [사진 Insider Media]

특히 이번 윙텍의 NWF 인수는 지난 5월 14억 5000만 위안(2619억 1350만 원)을 투자해 중국 카메라부품업체 오필름(O·film, 歐菲光) 애플 사업부를 인수한 것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NWF의 8인치 웨이퍼 월간 생산 능력은 3만 2000장이다.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등에 해당 웨이퍼를 공급하고 있다.

윙텍의 공격적인 인수합병 전략 뒤에는 올해 46세인 젊은 CEO, 장쉐정(張學政)이 있다. 장 CEO는 NWF 인수를 통해 자동차용 인버터 절연 게이트 양극성 트랜지스터(IGBT), 모스펙(MOSFET), 화합물 반도체(SiC·GaN) 등 제품의 설계·제조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광둥 시골 출신, 스마트폰 시장 잠재력 눈여겨 봐…

장쉐정(張學政) 윙텍 CEO. [사진 소후닷컴]

장쉐정(張學政) 윙텍 CEO. [사진 소후닷컴]

장 CEO는 광둥(廣東)성 메이저우(梅州) 핑위안(平遠)현이라는 시골에서 태어났다. 1997년 광둥공업대학을 거쳐 칭화(淸華) 금융대학원(PBCSF)과 제네바대학에서 금융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는 전공을 살려 자본 시장의 큰손으로 활약하게 된다.

2006년 휴대전화 제조 산업에 큰 시장성이 있는 것을 예견하고 ODM 업체인 윙텍을 설립했다. 그의 예견은 적중했다.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화웨이, 샤오미 등 굴지의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손잡고 중국 최대 휴대전화 ODM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어 2015년에는 중인(中茵)그룹을 통해 우회 상장에 성공, ODM 업계 최초 중국 본토 A주 상장사로 명성을 높였다. 2017년에는 상장사 이름을 중인그룹에서 윙텍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해 자본 시장 진입 2년 만에 정식 상장사로 이름을 올렸다.

[사진 EJ Insight]

[사진 EJ Insight]

그러나 휴대전화 ODM 산업은 진입 장벽이 낮고 매출총이익률도 낮다. 성공적으로 중국 증시에 안착한 윙텍의 전반적인 사업 상황을 돌아본 장 CEO는 반도체 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윙텍은 중국 최대 규모의 반도체업체를 인수한 데 이어 유럽의 대표적인 핵심 반도체업체로 알려진 넥스페리아를 인수했다. 현재는 반도체, 광학 모듈, 통신 등 3개 사업 부문을 보유하고 있으며 윙텍의 시장 가치는 수천억 달러에 달한다.

8월 17일 말 현재 윙텍은 주당 106.14위안(1만 9186.93원)으로 전일보다 1.35% 하락했다. 당시 시장 가치는 1322억 위안(23조 8977억 9400만 원)을 기록했다. NWF 인수 발표 이후 윙텍 주가는 5.31% 올랐다. 윙텍의 시가 상승과 함께 장 CEO의 위상도 상승했다.

2021년 3월 후룬(鬍潤)리서치가 발표한 ‘세계 부호 순위’에 따르면 장 CEO는 955위로 그의 자산은 255억 위안(4조 673억 2500만 원)이다.

장쉐정 윙텍 CEO. [사진 SCMP]

장쉐정 윙텍 CEO. [사진 SCMP]

윙텍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야망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윙텍은 지난 4월 전기차용 칩 등을 생산하는 12인치 웨이퍼 공장을 상하이에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 규모는 120억 위안(2조 1685억 2000만 원)으로, 웨이퍼 연간 생산 능력은 40만 장이다. 이 공장은 2022년 7월 생산 투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회사 넥스페리아를 통한 반도체 투자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넥스페리아는 향후 12~15개월 동안 7억 달러(8221억 5000만 원)를 투자해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 ▲유럽 웨이퍼 공장 ▲아시아 패키징 테스트센터 등을 설립할 방침이다.

넥스페리아 총 매출의 약 9%는 R&D에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넥스페리아는 신제품 개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넥스페리아는 이미 상하이와 말레이시아 페낭에 새로운 글로벌 R&D센터를 개설했다. 또 홍콩, 독일 함부르크, 영국 맨체스터 등에 자리한 기존 R&D 시설도 확대했다.

[사진 The Times]

[사진 The Times]

각국 공장에 자동화 시설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광둥성에 있는 넥스페리아 공장, 말레이시아 세렘반 공장, 필리핀 카부야오 공장에서는 최신 자동화 시설을 증대하고 ‘시스템 인 패키지(SiP, 별개의 칩으로 된 복수 회로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기술)’ 구현을 포함한 테스트·조립 시설 강화에 투자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장 CEO는 “윙텍이 2019년 넥스페리아 인수 후, 이곳의 성장 계획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윙텍과 넥스페리아, 두 업체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속해서 투자 중”이라고 강조했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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