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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충전하면 600km 이상 달린다"…K-배터리 '밀도' 경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K-배터리 3사가 ‘에너지 밀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같은 부피ㆍ무게의 배터리를 싣고 달리더라도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 전기차가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이유에서다. 1회 충전으로 600㎞ 이상 주행하는 전기차가 일상화되는 시대를 앞서 열겠다는 전략이다. CATL을 필두로 한 중국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자재 구성을 통해 주행거리가 짧더라도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전략에 집중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30일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에 따르면 이들이 생산하는 전기차 2차전지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전기를 발생시키는 원리로 작동한다. 국내 업체들은 양극재에 NCA(니켈ㆍ코발트ㆍ알루미늄) 또는 NCM(니켈ㆍ코발트ㆍ망간)을 사용하는 배터리를 생산한다. 3가지 원자재가 들어는 3원계 배터리다. LG에너지솔루션에 의해 4원계인 NCMA배터리도 개발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장착된 포르쉐의 첫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사진 포르쉐코리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장착된 포르쉐의 첫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사진 포르쉐코리아]

주행 거리 늘리려면 에너지 밀도 높여야

이 중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재료가 니켈이다. 배터리 3사는 양극재에서 니켈 비중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린 이른바 ‘하이니켈 배터리’ 기술에서 해외 유수 업체들을 제치고 있다. 에너지 밀도를 높일 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이 비싼 코발트 비중을 줄여 중국 업체들의 싼값 공세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코발트를 줄이고 알루미늄을 첨가한 4원계 NCMA 배터리를 내년 상반기에 양산할 계획이다. 대신 니켈의 비율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협력을 지속해 온 제너럴모터스(GM)에 공급될 전망이다. GM의 메리 배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쉐보레 볼트 전기차(EV)의 리콜 사태에도 불구하고 최근 “가치 있는 파트너(valued partner)인 LG와의 조인트벤처(합작회사)를 통해 우리와 그들의 전문 기술을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의 ‘얼티멈 플랫폼’에 대한 많은 신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예정대로라만 얼티멈 플랫폼 기반 전기차에 LG의 NCMA배터리가 장착된다.

고성능 전기차엔 국내 '하이니켈 배터리' 

삼성SDI는 니켈 함량 88% 이상의 하이니켈 기술이 적용된 젠5(Gen.5ㆍ5세대) 배터리 양산을 역시 하반기에 준비하고 있다. 젠5 배터리는 15분 충전하면 용량 80%인 480㎞를 주행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했다. 이 배터리는 하반기 BMW에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SDI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팩. 연합뉴스

삼성 SDI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팩. 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의 하이니켈 배터리는 포드의 첫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에 실렸다. 이존하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개발센터장은 “니켈 비중을 88%까지 높인 NCM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25년까지 양극 소재에서의 니켈 비중을 94%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포드는 내년 출시한 F-150 라이트닝에 대해 최근 성명을 통해 “F-150 라이트닝 사전 예약을 벌써 12만건 가지고 있다는 데에 흥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4년 생산 목표를 애초 4만대에서 8만대로 올렸다.

SK이노베이션의 하이니켈 배터리가 장착된 포드 F150 라이트닝. AP=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의 하이니켈 배터리가 장착된 포드 F150 라이트닝. AP=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3사와 별도로 UNIST(울산과학기술원) 조재필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최근 니켈 함량을 98%까지 높인 하이니켈 양극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업체들이 개발 중인 니켈 함량 94%를 돌파한 것이고, 세계 최초 사례다. 조 교수는 “주행거리 증가율은 15~16%, 배터리 생산비용 절감률은 20%”라고 추정했다.

국내 업체들의 하이니켈 양극재 배터리와는 달리 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인 CATL등 중국 업체들은 리튬 철 인산염(LFP) 배터리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LFP 베터리는 에너지 밀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가격이 저렴해 중ㆍ단거리용 전기차에 많이 실린다. 테슬라도 신형 모델Y에 이 배터리를 달았다. CATL이 지난달 공개한 차기 전략품인 나트륨 이온 배터리 역시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지만 주행거리에 결정적인 에너지밀도는 국내 배터리사들 제품의 3분의 1 수준이다.

"가격 더 낮추고, 안정성 확보해야" 

박철환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업체들도 어떤 원자재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이미 한국 업체들의 기술 수준을 뛰어넘은 곳들이 많다”며 “하이니켈 기술 개발로 방향을 잡았으면 원자재 가격이 비싼 코발트 비율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주행거리 경쟁력에서는 하이니켈 배터리가 우위에 있다는 게 입증되고 있다”며 “다만 LFP 배터리 등 다른 종류의 배터리보다 더 안전하다는 신뢰를 줄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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