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산당 규제에 中 빅테크 떨자…韓·印·동남아 IPO 시장 뜬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외벽에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외벽에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의 ‘홍색 규제’가 아시아 자본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 당국의 강력한 규제와 단속으로 중국 기술기업(빅테크)의 기업공개(IPO) 시장 규모가 쪼그라드는 사이 비(非)중국 아시아 증시가 IPO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홍색 규제로 한국과 인도·인도네시아가 IPO 호황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세 나라에서는 기술기업의 신규 상장이 활발하다.

한국에선 지난 6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흥행에 성공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30일 종가 기준 8만1900원으로 거래 첫날 공모가(3만9000원)보다 배 넘게 올랐다. 시가총액(38조원)으로는 기존 은행업계 1위인 KB금융(22조원)을 가볍게 넘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전자상거래기업 부깔라팍이 지난달 말 IPO로 15억 달러(약 1조7512억원)의 금액을 모았다. 당초 목표 금액인 3억~5억 달러를 크게 넘어섰을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IPO 사상 최대 규모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인도 콜카타에서 배달플랫폼 업체 조마토의 배달원이 상점에서 음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인도 콜카타에서 배달플랫폼 업체 조마토의 배달원이 상점에서 음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인도판 ‘배달의민족’이라 불리는 음식배달업체 조마토도 지난달 인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최초로 증시에 상장했다. 모건스탠리·타이거글로벌·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등 글로벌 투자업체의 지원에 힘입어 13억 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IPO 예정 기업도 줄을 서 있다. 인도 최대 전자결제 기업인 페이티엠은 상장을 통해 1660억 루피(약 2조 6344억원)의 자금을 모을 계획이다. 인도 온라인 보험 스타트업 폴리시바자도 IPO로 600억 루피(약 9510억원)의 금액을 조달하겠다는 목표다.

인도네시아에선 차량공유업체 고젝과 전자상거래 업체 PT 토코피디아가 합병해 설립된 고투(GoTo)가 올해 안에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자금 조달 규모는 250억~300억 달러가 될 전망이다. 한국에서도 카카오페이와 바이오플러스, 프롬바이오 등이 IPO를 계획 중이다.

블룸버그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IPO 기록이 경신될 것”이라며 “8월 말 현재 한국과 인도, 동남아시아 기술기업의 IPO 조달 규모는 78억 달러로 이미 사상 최고치를 넘었다”고 전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로이터=연합뉴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로이터=연합뉴스]

이들 지역에 투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6~8월 아시아 기술 기업 IPO 시장에서 중국과 홍콩기업의 자금조달 비중은 60%로 지난 2분기(83%)보다 낮아졌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 11월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가 세운 앤트그룹의 IPO에 제동을 건 이후 자국 기술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에 나서고 있어서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중국 상장 기술기업의 시가총액은 약 40% 감소했다. 올해 해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약 4분의 3의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해외 상장에 엄격한 심사 방침을 발표한 뒤 많은 스타트업이 IPO를 중단하고 있다. 비카스 페르샤드 M&G 인베스트먼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 기술 회사에 대한 투자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중국 이외의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도·동남아 기술기업 IPO 조달액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국·인도·동남아 기술기업 IPO 조달액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아시아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비(非)중국 쏠림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 당국의 규제 드라이브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업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이전에 중국 거래에 집중했던 홍콩 기반의 투자자들이 아시아 내 다른 지역 기술 IPO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 관계자도 “미국 헤지펀드가 인도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고객들에게 주식 투자 비중을 중국에서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으로 재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블룸버그는 “기술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철퇴가 글로벌 투자자에게 아시아 전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도록 자극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지금 현재는 확실히 (중국 이외의) 기업에 더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