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에 낀 90대…할머니 습관 알던 의용소방대가 구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16:39

업데이트 2021.08.30 16:48

시골 마을을 순찰하던 여성의용소방대원들이 담벼락에 끼어 오도 가도 못하던 90대 할머니를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8일 오전 충남 예산소방서 덕산면여성의용소방대 송혜진 대원이 담벼락에 끼어서 오도가도 못하던 90대 할머니(노란색 원)를 구조하기 위대 담을 넘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지난 28일 오전 충남 예산소방서 덕산면여성의용소방대 송혜진 대원이 담벼락에 끼어서 오도가도 못하던 90대 할머니(노란색 원)를 구조하기 위대 담을 넘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30일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10시쯤 충남 예산소방서 덕산면 여성의용소방대 이재수 대장과 조성덕·송혜진 대원은 동네(덕산면 북문리)를 순찰했다. 2016년 충남소방본부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마을 담당제 활동’으로 매달 3~4차례 의용소방대원들이 자신이 맡은 구역을 돌며 주민 안전을 살피는 제도였다.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주민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화재경보기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하는 게 주요 임무다.

주택 인기척 없자 '사고' 직감, 수소문·순찰 나서

이재수 대장과 대원들은 A씨(90·여) 집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다. 평소 같으면 인터폰을 받거나 문을 열어주는 A씨였지만 집안에서는 인기척을 느낄 수가 없었다. 밖으로 나간 흔적도 없이 대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보통 대문이 잠겨 있으면 외출했다고 생각하지만, 대원들 생각은 달랐다.

지난 28일 오전 충남 예산소방서 덕산면여성의용소방대 송혜진 대원이 담벼락에 끼어서 오도가도 못하던 90대 할머니(노란색 원)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지난 28일 오전 충남 예산소방서 덕산면여성의용소방대 송혜진 대원이 담벼락에 끼어서 오도가도 못하던 90대 할머니(노란색 원)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평소 대원들은 오전 10시를 전후해 A씨 집을 방문했고 그때마다 할머니가 대원들을 맞았다. A씨는 이웃 주민과 왕래도 잦아 현관문을 잠가도 대문을 열어 놓고 외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고를 직감한 대원들은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A씨의 소재를 수소문했다. 집 주변을 돌며 A씨를 찾았다.

50~60㎝ 틈에 낀 할머니 발견, 구조 

집 주변을 수색하던 대원들은 뜻밖이 장소에서 A씨를 찾았다. A씨는 집 뒤편 담벼락과 건물 사이에 쌓아 놓은 생활폐기물 사이에서 엎드린 채로 끼어 옴짝달싹하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이를 목격한 송혜진 대원이 자신의 키만큼 높은 담벼락을 넘어 A씨를 구조했다. 담벼락과 건물 사이는 50~60㎝ 폭으로 두 사람이 마주 보고 겨우 설 수 있는 공간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의 응급 처치를 받은 A씨는 안정을 되찾았다.

A씨는 이날 오전 9시30분쯤 집밖에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려고 했지만, 대문이 잠겨 건물 뒤편 담을 넘어들어가다 중심을 잃고 담벼락에 끼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휴대전화도 없고 놀라서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며 대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 28일 오전 충남 예산소방서 덕산면여성의용소방대 송혜진 대원이 담벼락에 끼어서 오도가도 못하던 90대 할머니(노란색 원)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지난 28일 오전 충남 예산소방서 덕산면여성의용소방대 송혜진 대원이 담벼락에 끼어서 오도가도 못하던 90대 할머니(노란색 원)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덕산면여성의용소방대 이재수 대장은 “할머니가 떨어진 곳은 후미진 공간이라 발견이 늦었다면 더 큰 피해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주민을 위한 일이 더 있는지를 대원들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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