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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안쓴 학생에 분노…"내가 나간다" 그자리서 사직한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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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윈 번스타인 교수(88)는 자신의 수업 시간에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학생을 설득하다 거부당하자 그 자리에서 사직했다. [조지아대 홈페이지 캡처]

어윈 번스타인 교수(88)는 자신의 수업 시간에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학생을 설득하다 거부당하자 그 자리에서 사직했다. [조지아대 홈페이지 캡처]

미국 남부의 한 대학에서 대학 교수가 자신의 수업 시간에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학생을 설득하다 거부당하자 그 자리에서 사임했다. 미국 남부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 중인 곳이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조지아대학의 어윈 번스타인(88) 교수가 지난 24일 수업 도중 강단에서 내려와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학생 "숨쉬기 힘들다"며 마스크 거부

이날 번스타인 교수는 자신이 맡은 심리학 수업의 두번째 강의를 진행 중이었다. 학생 25명이 수강하는 수업에 한 여학생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교실로 들어왔고, 다른 학생이 여분의 마스크를 건네자 코는 내놓은 채 입만 가리고 수업을 들었다. 번스타인 교수는 자신의 강의실 게시판에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수업도 없다(No Mask, No Class)'고 써붙여놓은 상태였다.

번스타인 교수가 학생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라고 권고하자, 학생은 "숨쉬기 힘들다"며 거부했다. 번스타인 교수는 "이미 이 강의에서 두 명의 학생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면서 자신이 당뇨병과 고혈압, 고령으로 인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쓰라고 거듭 권했지만 학생이 계속 이를 거부하자 "됐다. 그럼 내가 그만두지"라며 강단에서 내려와 학교 측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

미국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에 N95 등 방역 마스크를 다시 추천했다. [AP]

미국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에 N95 등 방역 마스크를 다시 추천했다. [AP]

"마스크 거부자 가르치려 목숨 걸지 않겠다"

조지아대학은 방침상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유할 수는 있지만 마스크 착용이나 백신 접종을 강요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번스타인 교수의 사임으로 그가 맡은 두 개의 수업은 모두 폐강됐다.

번스타인 교수는 조지아대학의 학보 '레드앤블랙'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나는 젊은 시절 공군에 입대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기에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겠다는 학생을 가르치지 위해 목숨을 걸진 않겠다"고 밝혔다.

번스타인 교수는 1968년 조지아대학에서 시간 강사로 시작했고 1971년 전임 교수가 됐다. 2011년 은퇴했지만 곧바로 재임용돼 줄곧 학생들을 가르치다 이번에 사임했다.

조지아 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조지아 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한편 미국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되면서 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까지 겪고 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중환자실에 실려온 환자가 급증하면서 일부 병원에선 산소 호흡기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미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조지아주를 포함해 앨라배마, 플로리다주 병원의 중환자실 가운데 95%가 꽉 찼다. 의료용품 공급업체 프리미어는 미국 남부지역 병원에 의료용 산소가 12~24시간 분량밖에 남지 않은 최악의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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