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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간 협조' 요청에 “멍완저우 풀어라” 청구서 내민 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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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회담 중인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양제츠 중국 정치국 위원,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왼쪽부터). [중앙포토]

지난 3월 미국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회담 중인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양제츠 중국 정치국 위원,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왼쪽부터). [중앙포토]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9일 전화 통화를 갖고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논의했다고 중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가 각각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양국의 발표는 중국 측 영문 발표문이 4046자인데 비해 미국 측 발표는 한 문장 312자에 불과해 큰 대조를 보였다.

중국 측 발표문에선 ‘중국이 제출한 두 벌의 리스트와 세 가지 한계선’이란 표현이 눈에 띈다. “미국이 이를 진지하게 다뤄야 할 것이라고 왕이 부장이 언급했다”며 이를 들먹였다. 30일 열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논의할 아프간 사태 협조 조건으로 미·중 현안을 내건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중국이 말하는 두 벌의 리스트는 앞서 공개된 바 있다. 지난 7월 26일 톈진(天津)에서 열린 왕이 부장과 웬디 셔먼 부장관 회담에서 나온 것으로 각각 미국 측이 바로잡아야 할 오류 리스트, 중국이 우려하는 중요 사안 리스트를 말한다. 당시 톈진 회담 직후 셰펑(謝鋒)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첫 번째 리스트에 “중국공산당 당원 및 가족에 대한 비자 제한, 중국 지도자와 관리·정부 부문에 대한 제재, 중국 기업 탄압, 중국 유학생 비자 제한, 공자학원 탄압, 중국 매체를 ‘외국 에이전트’나 ‘외국 외교단’으로 등록시킨 조치,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인도 취소 등”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리스트, 즉 중국이 우려하는 중요 사안으로는 “중국 일부 유학생의 미국 비자 거절, 중국 국민의 미국 내 불공정 대우, 미국 불법분자의 주미 중국 대사관·영사관에 대한 소란과 충돌, 미국 내 반중 정서 조장, 중국인 폭행 사건 등”이 해당한다. 세 가지 한계선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전복, 중국의 발전 경로 차단, 중국의 국가 주권 침범을 시도하지 말라는 경고다. 결국 중국 당정이 가장 우려하는 현안에 대해 미국이 해결을 다짐해야만 아프간 문제를 협조해 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왕이 “이중 표준, 선택적 테러 공격 안된다” 

왕이 부장은 요구뿐 아니라 비난도 쏟아냈다. 블링컨 장관에게 아프간에서의 미국 측 책임을 추궁하면서다. 왕 부장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황급한 철군이 여러 아프간 테러조직의 부활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미국은 아프간 주권과 독립을 존중하는 전제 아래 실질적 행동을 통해 아프간이 테러를 저지하도록 돕고, 이중 표준이나 선택적인 테러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중국의 신장(新疆) 독립을 추구하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을 미국이 테러 조직 리스트에서 삭제한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셈이다. 왕 부장은 또 “미국 측은 아프간의 현재 혼란 사태의 원인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며 “유엔 안보리가 취할 행동은 모두 혼란을 완화하는 데 기여해야지 모순을 격화시키거나, 아프간 정국의 순조로운 과도기에 도움을 줘야지 다시 혼란에 빠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의 발표는 짧았다. 이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왕이 부장과 통화에서 탈레반이 아프간 주민과 외국인의 안전한 통행과 자유로운 여행을 다짐한 공개 약속을 이행하도록 국제 사회가 역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9일 전화 통화를 갖고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논의했다는 미국 국무부(위)와 중국 외교부 발표문(아래). 중국 측 영문 발표문이 4046자인데 비해 미국 측 발표는 312자에 불과하다. [미 국무부, 중 외교부 캡처]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9일 전화 통화를 갖고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논의했다는 미국 국무부(위)와 중국 외교부 발표문(아래). 중국 측 영문 발표문이 4046자인데 비해 미국 측 발표는 312자에 불과하다. [미 국무부, 중 외교부 캡처]

중국, 미국 태도 따라 대응 방법 결정

한편 중국 외교부는 미·중 현안에 대한 왕이 부장의 발언도 공개했다. 왕 부장은 “최근 미·중은 아프간, 기후 변화 등 문제에서 소통을 전개했다”며 “대화는 대결보다 좋고, 협력은 충돌보다 좋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태도에 기반을 두고 미국과 어떻게 접촉을 진행할지 고려할 것”이라며 “만일 미국이 미·중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리길 희망한다면 중국을 먹칠하고 공격하거나, 중국의 주권·안보·발전이익에 손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이 발언에 이어 두 벌의 리스트와 세 가지 한계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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