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웃지마" 스웨덴 첫 女총리 후보의 약점은 '웃음'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15:05

업데이트 2021.08.30 15:14

스웨덴의 스테판 뢰벤 총리가 최근 재신임 3개월 만에 돌연 사임을 발표했다. 그후 스웨덴 정가의 시선은 한 여성 정치인에게 쏠렸다. 뢰벤 총리가 “세계 최고의 재무장관”이라고 추켜세웠던 막달레나 안데르손(54) 재무장관이다.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뢰벤 총리는 충격적인 사임 발표를 하기 직전 스웨덴의 첫 번째 여성 지도자를 위한 길을 닦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고 했다. 뢰벤 총리의 사임은 안데르손을 총리로 내세우기 위한 사전작업이란 의미다. 뢰벤 총리는 지난 22일 하계 연설에서 “11월 총리직과 함께 사회민주당 대표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막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재무장관이 2016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월드뱅크 스프링 미팅에서 세계 조세 정책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막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재무장관이 2016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월드뱅크 스프링 미팅에서 세계 조세 정책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웨덴은 북유럽에서 유일하게 여성 총리를 배출한 적 없는 국가다. 안데르손이 뢰벤 총리의 뒤를 잇는다면 스웨덴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다. 안데르손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정책자문위원회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첫 IMFC 여성 의장이란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스톡홀름 경제대학(SSE)을 졸업하고 강의를 하다가 1996년 총리실에 임용된 뒤 재무부를 거쳐 국세청장이던 2014년 재무부 장관으로 뢰벤 총리 내각에 합류했다.

IMFC 최초 女 의장…스웨덴서도 첫 女 총리 될까 

정가에선 “안데르손은 사민당의 차기 대표이자 첫 여성 총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드루드 달러루프 스톡홀름대학 정치학 교수, 가디언 인터뷰)고 보고 있지만, 새 역사를 쓰기 위해 통과해야 할 관문은 있다. 우선 이르면 이번주 시작되는 사회민주당에서 공천을 받고, 11월 당 대회에서 투표를 거친 후 의회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안데르손은 지난 5월 ‘평등을 위한 재배분’이라는 사민당의 선거전을 주도하면서 내년 총선 준비에 나섰지만, 차기 총리직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막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재무장관. AFP=연합뉴스

막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재무장관. AFP=연합뉴스

안데르손 이전에도 스웨덴의 첫 여성 총리 물망에 올랐던 인물들은 있었다. 2007년 사민당 대표를 지낸 모나 살린은 2010년 선거에서 패배한 후 물러났고, 안나신베르바트라는 2015년 중도우파 온건당의 첫 여성 대표로 주목받았지만, 3년 후 총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당내에서 금기시됐던 극우정당 스웨덴민주당에 회담을 제안했다는 이유로 맹비난을 받으면서다. 바트라는 훗날 자서전에서 “(회담 제안자가) 남성 정치인이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신문에 스웨덴민주당 대표와 키스하는 그래픽은 안 실렸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웃지 않아 자격 부족”?…“웃으란 조언 거절하라”

바트라는 당시 잘 웃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안데르손도 이런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북유럽 최대 일간지인 아프톤블라데트의 칼럼니스트 레나 멜린은 지난 25일 “‘행복해 보이는가’라는 단순한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웃지 않는) 안데르손이 뢰벤 총리의 후계자가 될 자격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안데르손이 웃을 일은 많지 않다. 당장 야당이 반대하는 예산안을 12월 처리해야 하고, 내년 총선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이민 정책이나 갱단 총격 문제 등은 사민당으로선 불리한 이슈다.

안데르손이 총리가 되더라도 사민당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임기는 10개월 뿐이다. 가디언은 그러나 선거에서 지더라도 총리로서의 생명이 완전히 끝나는 건 아니라고 전망했다. 노르웨이의 첫 여성 총리인 그루 할렘 브룬틀란은 1981년 8개월간 재임했지만, 5년 후 복귀해 10년간 총리를 지냈다. 안데르손이 첫 여성 총리이자 성공한 정치인으로 남으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사실 정치인은 성과 못지않게 ‘이미지 메이킹’도 중요하지만, 달러루프 교수는 “활짝 웃으라는 조언은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고 했다. “여성은 (억지로) 웃지 않고도 정치인이 될 권리가 있다”면서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