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 유사강간에 촬영까지 당했는데” 촉법소년법 분통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14:52

업데이트 2021.08.30 14:55

[자료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자료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인천의 한 중학생이 또래 남학생에게 유사 성폭행을 당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의 어머니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미약한 처벌만 이뤄졌다며 엄벌에 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촉법소년은 소년법상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형벌을 받을 범법 행위를 저질렀으나 형사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는 미성년자를 일컫는다. 범죄행위가 인정되면 형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지난 27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8월 25일 MBC 뉴스에 보도된 촉법소년 성추행 피해자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고있는 제 딸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하고 싶은 마음에 인터뷰를 했으나 방송 심의상 자세한 내막을 알리지 못해 이렇게 청원 글을 올리며 가해 학생들의 엄벌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이 사건은 ‘성추행’이 아닌 ‘유사강간’”이라며 “당시 가해 학생은 이를 촬영하고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협박 내용은 입에 담을 수조차 없을 만큼 암담했다. 어떻게 어린아이들이 이런 행동과 말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충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 아이의 머릿속에 평생 남아 있을 것”이라며 “아이의 기억을 지울 수만 있다면 저를 잊어도 좋으니 끔찍한 그 날들의 기억이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천경찰청. 뉴스1

인천경찰청. 뉴스1

글쓴이는 “혹시 영상이 유포돼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될까 봐 두려움에 떨며 부모에게 들킬까 무섭고 미안함을 느꼈던 제 딸아이는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요”라며 “옆에서 아이의 상황을 몰라줬던 저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이어 “가해자는 신고 당시 만 14세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만 14세가 넘었다”며 “딱 생일 한두 달 차이 때문에 촉법소년법 처벌을 받는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촉법소년이 과연 법의 테두리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이 맞을까요”라며 “오히려 이러한 법을 악용하는 미성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특정범죄와 죄질에 따라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촉법소년에 관한 법을 폐지 또는 강화해달라”고 촉구했다.

글쓴이는 재차 “이렇게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나면 법의 무서움을 모르는 아이들은 더욱 잔인하고 악랄해질 수 있다”며 “촉법소년법은 누굴 위한 법이냐. 가해 학생들도 법의 무서움을 알아야 두 번 다시 이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국민청원 글에는 30일 오후 2시 30분 현재 약 4500명이 동의했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지난달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 위반 혐의로 중학생 A군을 인천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했다.

A군은 지난 5월께 인천시 부평구 한 지하상가 등지에서 인터넷 게임에서 알게 된 중학생 B양을 여러 차례 성추행하고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A군은 사건 당시 형사미성년자(만 14세 미만)에 포함돼 현행법상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다만 혐의가 인정될 경우 소년법상 촉법소년(만 10세 이상)에 해당해 사회봉사 명령이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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