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군 시한을 하루 앞둔 30일(현지시간) 오전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인근에 로켓포 5발이 발사됐지만, 미군의 방어시스템이 이를 차단했다고 AP통신과 미국 CNN 방송 등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제이크 설리반 국가안보보좌관과 론 클라인 비서실장이 카불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로켓 공격에 대해 대통령에게 브리핑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카불 국제공항에서 (대피) 작전이 중단없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받았다. 지휘관들은 지상에서 군대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우선적으로 수행하도록 노력을 배가하라는 명령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켓포가 발사된 것으로 보이는 자동차는 카불의 차르-에-샤히드 지역에서 발견됐다. 4개의 문이 달린 승용차의 뒷좌석에는 의자 대신 6개의 수제 로켓포 튜브가 장착돼 있었다. AP는 "통상 이슬람국가(IS) 그룹과 기타 무장 세력이 이같은 로켓포 튜브를 차량에 장착하고 표적 근처로 은밀하게 운반한다"고 설명했다.
목격자들은 로켓이 카불의 살림 카르완 지역으로 날아가 주택가를 강타했다고 말했다. 카불 국제공항에서 약 3㎞ 떨어진 곳이다. 목격자들은 로켓포 폭발음이 세차례 이어졌고 하늘에서 불같은 섬광이 보였다고 했다. 또 총격이 이어졌다고도 말했다. AFP통신은 현지의 자사 직원의 발언을 인용해 "여러 발의 로켓포 소리가 들렸다"고 보도했다. 인명 피해에 대해서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CNN은 당국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카불 국제공항을 겨냥한 로켓포가 5발은 미군 방어시스템으로 모두 차단됐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로켓포와 박격포 등으로부터 지상군을 보호하는 장비인 시램(C-RAM) 방어 시스템이 카불 공항에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발사된 로켓포 5발이 전부 차단됐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폭발 직후 이어진 총격은 누가 발포한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로켓포 폭발 후에도 카불 국제공항에서는 막바지 대피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미군은 31일 마지막 병력을 철수하고 아프간을 떠난다. 지난 14일부터 28일까지 카불 국제공항에서는 아프간인과 미국인 11만7000명이 빠져나갔다. 미군 철수 마감 기한 하루 전까지도 추가 테러 위협으로 긴박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는 이슬람국가(IS)가 이날 카불 공항을 겨냥한 로켓 발사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IS는 텔레그램을 통해 “‘칼리프국’ (무함마드 후계자가 지배하는 신정일치 국가) 병사들이 카불 국제공항을 목표로 로켓 6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로켓 중 다섯발은 카불 공항으로 날아갔지만 다른 한 발은 시내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9일에는 미군이 추가 자폭테러 위험이 있는 차량을 선제 공습했다. 빌 어반 미국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무인기(드론)로 차량을 공습, 카불 국제공항에 대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위협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습 과정에서 어린이 6명을 포함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26일에는 IS-K의 자살폭탄테러로 카불 국제공항에서 미군 13명을 포함한 18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군은 28일 한차례 보복 공습을 감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