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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 중국판 ‘할리우드’로 떠오르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13:00

펑샤오강 영화 공사 스튜디오 ⓒTimes Weekly

펑샤오강 영화 공사 스튜디오 ⓒTimes Weekly

하이난(海南)성 하이커우(海口)시 외곽에 위치한 '펑샤오강(馮小剛)영화공사'*는 하루가 다르게 문전성시를 이룬다. 매일 수 백대의 차량과 사람들이 이곳을 드나든다. 촬영 스튜디오는 항상 만석이다. 기지 내 4개 스튜디오 중 3개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진행 중이다.

최근 중국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披荆斩棘的哥哥(Call Me By Fire)》가 이곳에서 녹화됐다. 데이터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의 10간 방송 누적 재생량은 무려 8억 7700만 회에 달한다.

*스튜디오 이름은 중국 유명 흥행 감독 펑샤오강(馮小剛)의 이름을 딴 것으로, 펑샤오강은 중국 영화계의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면서 다수의 흥행작들을 연출했다.

펑샤오강 영화 공사 거리 오픈식.ⓒ바이두

펑샤오강 영화 공사 거리 오픈식.ⓒ바이두

올해 초 방영된 《가일난양양 》(假日暖洋洋), 환시미디어그룹과 비리비리가 손잡고 방영한 첫 작품 《풍견소년적 천공》(犬少年的天空), 중국판 프로듀스 101 《창조영 2021》(創造營2021), 《하일충랑점》(夏日冲浪店)등 인기 예능 및 드라마 모두 하이난에서 촬영을 마쳤다.

"지난해부터 하이난의 영화 및 텔레비전 산업은 활황을 누리고 있다." 실무자들의 눈에 하이난은 전례 없는 속도로 영화와 TV의 핫스팟으로 변모 중이다.

펑샤오강 영화 공사 스튜디오 ⓒTimes Weekly

펑샤오강 영화 공사 스튜디오 ⓒTimes Weekly

전문가들은 하이커우의 이러한 영화· TV 산업의 활황이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에 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이난의 영화·TV 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의 시기를 맞이한 건 2020년. 그해 5월 하이커우시 정부는 《하이커우(海口)시의 영상산업 발전 촉진에 관한 여러 규정》을 발표했다. 또 2020년 6월에는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규정은 영화·TV 산업에 다양한 우대 정책을 부여한다.

어떤 우대 정책이 있을까?

출처: 《海口市促进影视产业发展若干规定》하이커우(海口)시의 영상산업 발전 촉진에 관한 여러 규정

통상적인 중국의 표준 법인 소득세율은 25%다. 그러나 하이난 자유무역항에 등록되어 운영되는 장려 산업 기업엔 15%의 법인 소득세를 부과하는데, 영화·TV 산업이 해당 규정을 통해 지역 "장려" 산업 중 하나로 지정되어 낮은 세율을 부과하게 됐다.

또 하이난(海南)자유무역항에서 근무하는 고급 인재를 대상으로 개인 소득세를 최고 15% 징수하며 15% 초과 부분은 면제하는데, 이는 영화 및 TV 인재 역시 포함된다.

일종의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하이커우시에 등록된 영상 회사의 경우 과세 연도부터 시(市) 차원의 유보금(법인 소득세, 부가가치세)에 100% 보상이 주어진다. 보상금액은 100~400만 위안 사이로 주어진다.

영화 작품의 누적 박스오피스가 20억 위안 이상인 시나리오 작가, 감독 및 배우가 설립한 회사가 첫 작품을 선보이면 200만 위안(약 3억 6천만 원)의 보상금이 주어진다. 다만 하이커우에서 독립적인 법인을 갖고, 회사 이름에는 반드시 "하이커우"라는 단어가 있어야 한다.

이외에도 하이커우에서 촬영하는 동안 영화 및 TV 프로덕션 단위(해외 포함)에서 발생하는 식비, 교통비, 여가비 및 장소 및 장비 대여 등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영화 시사회 역시 50%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바이두

ⓒ바이두

이런 엄청난 혜택 덕에 다수의 영화·TV 산업이 하이난에 몰려오고 있다.

하이난문여청(海南文旅廳)의 데이터에 따르면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에 대한 종합 계획'이 공포된 이후 약 6개월 만에 하이난성 전역의 영화·TV 회사 수는 2천 곳을 넘어섰다. 중국 기업 정보 플랫폼 텐옌차(天眼查)에 따르면 8월 기준 하이난에 1년 이내에 설립된 영화·TV 관련 회사는 무려 3191개에 이른다.

유명 연예인과 방송 헤드 업체들도 하이난에 포진해 있다.

유명 배우 선텅(沈腾)과 중국의 인기 가수 나잉(那英)의 회사와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사 화이브라더스(华谊兄弟),중국 1위 드라마·영화 제작 배급사인 화처미디어(華策影視), 중국 최대 영화사 광셴미디어(光線傳媒)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방송 회사들 역시 지난 1년 동안 하이난에 둥지를 틀었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외국 기업도 하이커우에 눈을 돌리고 있다.

네거티브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분야에서 국내와 해외의 서비스 제공업체는 하이난 자유무역항에서 동등한 대우와 시장 접근권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중국 상무부는 밝혔다.

이에 따라 해외 영상 제작사들은 하이난성을 자유롭게 방문하여 촬영 및 영화를 제작할 수 있으며, 하이난의 영상산업 발전이 촉진되고 있다.

박은모 CJ그룹 중국본부 부총재는 지난 3월 심준석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과 함께 하이커우 투자진흥국 당국자와 만나 투자 협력을 논의했다. ⓒ하이커우시

박은모 CJ그룹 중국본부 부총재는 지난 3월 심준석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과 함께 하이커우 투자진흥국 당국자와 만나 투자 협력을 논의했다. ⓒ하이커우시

지난 3월엔 CJ그룹이 하이난 자유무역항 프로젝트 관련 투자 의사를 중국 당국에 전달했다. CJ그룹 중국본부 부총재는 "CJ는 식품과 케이터링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4대 핵심 사업을 토대로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CJ의 사업 부문과 하이커우의 핵심 산업은 보완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TV·영화 등 미디어는 물론 물류 등 더 많은 사업 영역에서 양방향 교류를 확대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난성의 지리적 이점 및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을 고려할 때 매력적인 사업"이라며 "CJ를 비롯해 국내 다수의 기업이 투자에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펑샤오강 영화 공사 거리 오픈식에서 성룡의 모습.ⓒ바이두

펑샤오강 영화 공사 거리 오픈식에서 성룡의 모습.ⓒ바이두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영화 산업 육성 정책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는 하이난. 일각에선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시장으로 하이난을 ‘찰리우드’(China+Hollywood)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향후 5년 내 중국이 할리우드를 제치고 전 세계 최대 영화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치명적 단점이 존재한다. '하이커우(海口)시의 영상산업 발전 촉진에 관한 여러 규정'도 유효기간이 2년인 2022년 5월 28일이면 사실상 효력이 없어진다. 기업의 성장엔 하이난이 금상첨화겠지만, 단순히 세금 회피처로 삼으면 결국 퇴출당할 운명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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