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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찌 끊고 이틀새 2명 죽였는데…대책은 또 "발찌 재질 강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9일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여성 2명을 살해한 성범죄 전과자 강모씨의 자택을 감식한 뒤 나오고 있다. 뉴스1

29일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여성 2명을 살해한 성범죄 전과자 강모씨의 자택을 감식한 뒤 나오고 있다. 뉴스1

전과 14범의 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끊고 이틀 만에 여성 2명을 살해한 뒤 경찰에 자수한 가운데 법무부가 전자발찌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자발찌 훼손 예방을 위해 더 견고한 재질로 전자발찌를 제작하고, 부착자 도주 시 신속한 검거를 위해 경찰과의 공조를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전자감독 시스템에 대해 “세계적 수준”이라고 했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의 뜻을 표했다.

이번이 7번째 전자발찌 재질 강화…경찰과 공조 확대도 말뿐

법무부는 30일 서울고검 2층 의정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자발찌 착용자의 재범 방지를 위한 향후 계획 등을 발표했다. 우선 전자발찌의 훼손을 막기 위해 현재보다 더 견고한 재질로 전자발찌를 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그간 6차례에 걸쳐 전자발찌 재질을 강화했다. 그러고도 매년 훼손 사건 발생을 막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만 8월까지 13명이 전자발찌를 끊었으며, 이 중 2명은 아직 붙잡지도 못했다.

전자발찌 부착자가 발찌를 끊고 도주한 경우 신속히 검거할 수 있도록 경찰과의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발표 역시 전자발찌 부착자 대형 범죄가 터질 때마다 나오는 재탕삼탕 대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는 이번엔 “대상자의 범죄전력 등 경찰과 공유하는 정보 범위를 넓히고, 위치정보를 공동 모니터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법무부는 전자감독 준수 사항 위반 시 처벌 수위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자발찌 착용자가 발찌를 임의로 훼손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실제 전자발찌 훼손 혐의로 기소된 이들은 평균 1년 미만의 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내 법무부 의정관에서 전자감독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경과 및 향후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던 중 피해자와 국민들에게 사과의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내 법무부 의정관에서 전자감독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경과 및 향후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던 중 피해자와 국민들에게 사과의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살인범 강씨, 전자발찌 훼손 날에도 외출금지 명령 어겼다

법무부는 이날 전자감독대상자로 살인 등 혐의를 받는 강모(56)씨가 전자발찌를 훼손했던 지난 27일 새벽에도 법원의 야간 외출 금지 명령을 어기고 외출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출소 이후 야간 외출을 제한하는 명령을 총 2번 위반한 전력이 있다.

법무부는 “오전 12시 14분에 위반 경보가 발생해 범죄예방팀에서 출동했다”며 “다만 현장 도착 전(오전 12시 34분) 강씨가 귀가해 외출제한 위반이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범죄예방팀은 향후 위반 사실에 대해 소환 조사를 벌이겠다고 알린 뒤 돌아갔다. 결국 강씨는 같은 날 오후 5시 31분쯤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거리에서 공업용 절단기를 이용해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다.

강씨는 만 17세 때 처음 특수절도로 징역형을 받아 전과 14범에 달한다. 이 중 2회는 성폭력 전력이다. 지난 1996년에는 길을 가던 여성을 수차례 폭행하고 금품을 뺏은 뒤 강간해 징역 5년 및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다. 출소한 지 5달만인 지난 2005년 9월에는 차량에서 흉기로 여성을 위협해 금품을 빼앗고 추행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강도강간, 절도 등으로 총 8회의 실형 전력도 있다.

일체형 전자발찌. 뉴스1

일체형 전자발찌. 뉴스1

강씨의 이번 범행은 강도·강간죄로 15년여를 복역한 뒤 지난 5월 천안교도소에서 전자발찌 부착 명령(5년)을 받고 출소한지 3개월여 만이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그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다는 사실만 경찰에 통보했을 뿐 전과 정보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대상자 범죄전력 정보를 공유했다”며 “지난 27일 오후 5시 31분 전자 발찌 훼손 경보 발생 즉시 직원이 훼손 사실을 112상황실 및 보호관찰소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서울동부관찰소 전자감독범죄예방팀 직원 2명이 즉시 수색을 시작했고 경찰과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소재 추적을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강씨가 지난 2004년 이혼하고 출소 후 혼자 살며 화장품 판매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강씨는 ‘성범죄자 알림e’ 신상공개 대상자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2006년 5월 형이 확정돼 적용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박범계 “전자발찌 대상자 끔찍한 범행…국민께 송구”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전자감독 대상자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점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전자감독 제도가 끊임없이 개선되고 발전됐지만, 인적·물적 한계가 여전하다”라고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 훼손 사례는 2018년 23건에서 지난해 13건으로 줄었으나 올해는 8월 현재 이미 13건의 훼손 사례가 발생했다. 박 장관은 지난달 법무부 위치추적 중앙관제센터를 찾아 법무부 전자 감독 시스템에 대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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