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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공동부유', 시범구가 저장성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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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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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공동부유 시범구역', 왜 저장성일까?

지난 6월 11일, 중국은 향후 10년여에 걸쳐 행해질 장기 프로젝트를 예고했다.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공동부유' 국가 건설을 위한 실험을 하겠다면서 말이다.

'실험 대상'은 중국 저장(浙江) 성이다. 이날 발표된 '저장성 공동부유 시범구 건설 지지에 관한 의견'의 계획에 따르면 저장성은 2025년 유의미한 수준에서 공동부유 사회로의 진전을 이루고, 고도의 질적 성장을 통해 2035년 기본적 수준의 공동부유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곳에 향후 소득재분배, 합리적 임금상승제, 최저임금제 등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게 될 예정이다.

저장성 항저우(杭州)시 도시 경관 [사진출처=터우탸오]

저장성 항저우(杭州)시 도시 경관 [사진출처=터우탸오]

왜 많고 많은 지역 가운데 저장성일까. 중대한 프로젝트라 여겨지는 만큼 후보지 선정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유를 고려해 결정됐다. 저장성은 많은 기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시범구역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

1. 경제 발전 정도

저장성은 동남부 연해에 자리한, 상주인구 6456만 명 규모의 성(省)이다. 알리바바의 고향, 전통적으로 상인들이 많은 곳으로도 알려진 곳이다. 1인당 GDP나 가처분소득 등 경제지표에서 중국 상위권에 꾸준히 랭크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20년 기준 저장성의 GDP는 6억 4600만 위안이며, 1인당 GDP는 10만을 넘어서 전국 평균보다 1.63배 높았다. 중국 전체 성(省) 급 지역 중 도시와 농촌 1인당 가처분소득 순위가 각각 모두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0년 중국 31개 성(省)의 도농 인구 수입 비교 [사진출처=중국 매일경제신문(每日经济新闻), 자료=중국 국가통계국]

2020년 중국 31개 성(省)의 도농 인구 수입 비교 [사진출처=중국 매일경제신문(每日经济新闻), 자료=중국 국가통계국]

저장성이 공동부유 실험지역으로 선정된 이유가 바로 이 지역이 이미 부유한 지역이라는 점 때문이다.

저장성은 이미 충분히 '파이'의 크기가 큰 지역이다. 중국 경제는 '선성장·후분배'를 바탕으로 먼저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운영돼 왔고, 이제는 분배를 고민할 시점에 다다랐다. 그래서 공동부유 시범지역은 '일정 수준 이상 발전한 경제'를 필수적으로 갖춘 곳이어야 한다. 공동부유 실험 참가 자격에 서부나 동북지방 등 비교적 경제가 발달하지 못한 곳이 배제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출처=신화사]

[사진출처=신화사]

2. '중국의 축소판' - 지형, 행정, 인구

그뿐만 아니라 저장성은 지형적 특성이나 행정구역, 인구 특성에서도 '중국의 축소판'이라 불린다.

저장성은 "七山一水二分田(산 7, 물 1, 논밭 2)"의 복합적인 지형적 특성을 가졌는데, 이것이 중국의 전체 지형적 특성과 유사하다. 행정구역은 2개의 부성급성시(副省级城市), 9개의 지급시(地级市), 53개의 현(县)으로 구성됐다. 성도인 항저우(杭州)는 충분히 규모가 크고 발전된 도시로, 이 실험 속에서 중국 '1선 도시'로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농촌 호적과 도시 호적의 인구 비율도 '반반'이다. 인구 역시 농촌이나 도시 어느 한쪽에 치중되지 않고 고루 분포되어 있어 실험지역으로써의 대표성과 보편성을 지닌다.

 저장성 항저우시 위항구 농촌마을 경관 [사진출처=신화사]

저장성 항저우시 위항구 농촌마을 경관 [사진출처=신화사]

반면 동남부 연해지역에있으면서 경제 발전 수준도 높은 장쑤성은 대부분 지형이 '평지'다. 대부분 지역이 평지이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 등 도시 건설에 있어서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는 중국 전체 지형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장쑤성에서 행했던 것들을 대부분 지형이 고원, 산지, 분지 등으로 구성된 중국 서부 지역들에 적용할 수 없다.

역시나 경제가 발달한 동부 연해지역이지만 상하이나 푸젠(福建)성도후보에선 제외된다. 상하이는 '도시형 체제'를 바탕으로 경제가 발전해 왔기 때문에 대표성을 잃는다. 향후 실시될 공동부유 정책들을 타지역 농촌들에 이식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푸젠성의 경우는 저장성의 항저우(杭州)처럼 '전국급 도시'를 갖지 못해 역시 대표성이 없다. 푸젠성의 성도인 푸저우(福州)는 규모나 발전 정도에서 중국 1선 도시인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을 대변하지 못한다.

3. 도농 격차

'도농 격차'가 작다는 것 역시 저장성이 선정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저장성의 도시와 농촌 사람들 사이의 수입 격차는 1.96배 정도다. 이는 톈진(天津), 헤이룽장(黑龙江) 다음으로 전국에서 3번째로 낮은 수치다.

 2020년 중국 31개성 도농 수입 격차 비율 비교 [사진출처= 중국 매일경제신문(每日经济新闻), 자료=중국 국가통계국]

2020년 중국 31개성 도농 수입 격차 비율 비교 [사진출처= 중국 매일경제신문(每日经济新闻), 자료=중국 국가통계국]

항저우는 타지역보다 농촌이 부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표로 봐도 저장성 농촌은 1인당 가처분소득이 전국 성(省) 중에서 가장 높다.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로 저장성 농촌 인구 중에는 높은 수입을 올리는 '부농'들이 많다. 2019년 알리바바 보고서에 따르면, 저장성의 '타오바오 마을(淘宝村)'은 총 1573개로 전국에서 그 숫자가 가장 많은 성(省)이었다.

역사적으로 성공 전례가 없는 사회주의 실험을 감행하는 중국 입장에서 시범구역의 성공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향후 공동부유를 전국적으로 선전하고 확대하는 과정에서 시범구역의 성공이 중요한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저장성은 이미 도농격차가 가장 낮아, 가장 실패 확률이 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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