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길을 묻습니다. 부모가 되는 순간, 우리는 부모가 무엇인지 모르고 부모의 삶을 시작합니다. 우리의 부모가 그랬듯, 우리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 일에 허덕여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만 가득합니다. 부모되기는 나, 그리고 아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사랑할 것인가, 과연 우리는 이 엄청난 작업을 평생에 걸쳐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며 답이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김민형 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 석학교수
오밥뉴스는 걱정 많은 부모를 위해 매주 월요일, 『미래부모를 말하다』를 전해드립니다. 이번 편은 김민형(58) 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 석학교수(영국 워릭대 교수)입니다.

김민형 한국과학기술원 고등과학원 교수가 지난 7월 16일 서울 회기동 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 연구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세계적인 수학자에게 수학교육, 그리고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지를 물어보겠다고 시작한 인터뷰였다. 의도는 단순했지만, 과정과 결과는 허를 찔렀다. 우문하는 평범한 사람과 현답하는 비범한 사람이 마주 앉았던 2시간, 멋진 강의 한편을 들은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돌아오는 길. 곰곰이 생각했다. 우리는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느냐고 묻는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아이에게 하고 있는가. 다소 길지만 인터뷰 전문을 문답으로 전해본다.
- 어린 시절, 어떤 아이였습니까.
- 제 느낌엔 조용한 편이었던 것 같아요. 놀기 좋아하고요. 공놀이, 테니스, 야구, 축구 다 했어요. 운동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고요. 대학 들어갈 때까지 학교를 거의 안 다녔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신장염을 앓았는데, 몸이 아파서 학교를 쉬었고 그 뒤에 안 가버렸어요.
- 예나 지금이나 학교 안 간다고 하면 부모님 걱정이 큰데요.
- 어린 때라 기억이 안 나는데, 돌이켜보면 굉장히 위험한 결정이었어요. (웃음)
- 학교 안 갈 땐 그럼 뭘 했습니까.
- 집에서 만화책도 보고요, 논리 퍼즐도 풀고요. 학교를 안 간다고 불안감을 느끼진 못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 두 분 다 바쁘셨고, 직장을 두 분 다 다니셨으니까요. (그의 부친은 지식인들의 사상가로 불리는 원로 지식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다.)
- 그럼 수학은 언제부터 잘하신 겁니까.
- 대학에 입학한 후부터요. 집에만 있었으니까요. 대학교 1학년(서울대 수학과) 때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작 수학을 잘하는지 모르다가)…. 좋은 선생님들의 조언을 많이 들었어요. 한가지 기억나는 건, 미적분학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계셨는데 제가 첫 시험을 불안하게 봤나 봐요. 저를 불러 상담을 하시면서 반복 학습을 하는 걸 가르쳐주셨어요. 그러면서부터 어떻게 해야 굳건한 지식이 생기는지 감각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 전엔 반복 학습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수학 공부에 있어서는 제대로 파악하는 반복적 사고와 훈련이 필요한데, 제가 제대로 안 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부터는 수학을 잘하게 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