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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하러 매장 간다…백화점 대박친 '파격 실험'

중앙일보

입력

백화점 최초로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입점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브랜드관 ‘#16’ 매장. [사진 롯데백화점]

백화점 최초로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입점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브랜드관 ‘#16’ 매장. [사진 롯데백화점]

백화점에 온라인 패션몰과 무인 점포가 있다고? 올해 문을 연 백화점의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롯데·신세계백화점은 올해 더현대서울을 비롯해 롯데 동탄점, 신세계 대전점 등 신규 점포를 연이어 오픈했다. 각기 5~7년 만에 선보인 백화점이다. 유리 천장에 커다란 통창 등 인테리어부터 기존 백화점 모습과 다르다. 층마다 주요 자리에 카페가 자리잡았고, 수백개 식음료(F&B) 매장과 키즈 카페, 산책로까지 갖췄다.

과거 백화점이 쇼핑 위주였다면 요즘 백화점은 휴식·체험 콘텐트로 대폭 풍부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된 유통 시장에서 기존 형태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방증이다.

29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세 곳 백화점은 여기에 더해 각기 ‘실험적 매장’을 열고 미래 고객인 MZ(밀레니얼·Z) 세대 잡기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플랫폼 입점시키니 단숨에 매출 2위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16 매장 모습.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동탄점 #16 매장에선 샘플 의류 등을 착용 후 모바일앱을 통해 온라인 결제로 구입한다.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 동탄점은 3층에 지난 20일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그대로 옮긴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관 ‘#16’을 오픈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하고엘앤에프’와 손잡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 난 신생 디자이너 제품을 백화점에 입점시킨 것. MZ 세대에게 폭발적 호응을 얻고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 16개가 입점해 매장 이름이 #16이다.

동탄점은 #16을 유치하기 위해 입점 수수료를 낮추고 330㎡(약 100평) 규모의 매장을 내줬다. MZ 소비자는 온라인에서만 팔아 입어볼 수 없던 옷을 동탄점에 와서 입어보고 살 수 있게 됐다. 오픈 직후부터 반응이 뜨거워 첫 주말 동탄점 국내 의류 카테고리에서 나이키에 이어 매출 실적 2위에 올랐다.

구매 방식도 전용앱을 통한 온라인 결제다. 매장의 샘플 의류·가방 등을 착용한 뒤 구입을 원하면 앱에 바코드를 스캔한 후 결제하면 된다. 그러면 각 브랜드 본사가 해당 제품을 배송한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매장 직원 채용과 재고 관리 부담을 덜어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백화점은 MZ 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 ‘윈윈’이다.

강민규 롯데백화점 선임바이어는 “백화점 방문이 적은 MZ를 어떻게 고객으로 유치할까 고민하다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상품 판매를 처음 시도했다”며 “생소한 구매 방식에도 20·30대 고객이 잘 적응하고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4시 더현대서울 5층 ‘언커먼 스토어’ 매장 앞. 젊은 커플과 가족 고객 대기줄이 삼삼오오 늘어서 있다. 지나가던 고객도 호기심에 매장 안을 연신 들여다본다. 이곳은 현대백화점이 MZ를 겨냥해 체험형 콘텐트로 마련한 무인 매장. 미국 아마존의 무인숍 ‘아마존고’를 체험해 볼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났다.

한국판 ‘아마존고’가 백화점에? 

지난 2월 ‘더현대서울’에 문을 연 무인 매장 ‘언커먼 스토어’. [사진 현대백화점]

지난 2월 ‘더현대서울’에 문을 연 무인 매장 ‘언커먼 스토어’.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이곳을 패션잡화·생활용품·식음료 등 MZ에게 인기 많은 상품을 파는 라이프스타일숍으로 꾸몄다. 실제 QR코드 체크인 기능을 사용해 매장에 입장한 뒤, 선택한 상품을 갖고 매장을 나가면 사전에 등록해 놓은 결제 수단으로 5분 내 자동 결제돼 알림 문자가 온다.

매장 안에도 점원은 한 명도 없고, 입장을 돕는 직원만 입구에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매장이 작고(33㎡, 약 10평) 입장 방법이 번거로운데도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돈을 버는 매장이 아니라 MZ 고객을 불러들이는 새로운 시도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갤러리 전시와 판매를 차별화 포인트로 잡았다. 지난 27일 문을 연 신세계 대전점에 백화점 최초로 갤러리와 연계한 ‘아트숍’을 열었다. 올해 미술 시장의 잠재적 큰 손으로 떠오른 MZ ‘아트슈머(Art+Consumer)’를 겨냥해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8월 강남점 럭셔리 패션 매장 곳곳에 예술품을 전시·판매하는 임시 공간(아트스페이스)을 마련했는데 지난 1년간 400여점이 판매되며 20~40대 고객 유입 효과를 봤다.

지난 27일 신세계 대전점에 오픈한 신세계갤러리 ‘아트숍’. [사진 신세계백화점]

지난 27일 신세계 대전점에 오픈한 신세계갤러리 ‘아트숍’. [사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갤러리 전시·판매 가능성을 확인 후 대전점에 갤러리 공간을 크게 늘리고, 전시와 연계된 그림·굿즈 등을 파는 아트숍도 별도로 마련한 것이다. 20~40대가 미술시장 고객으로 부상한 건 코로나19 영향이 크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리빙·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관련 소품인 예술품 구매가 늘고 있다.

이선미 신세계백화점 큐레이터는 “과거 백화점 갤러리는 구색으로 갖춘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요즘은 접근성 좋고 그림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보니 젊은층에 호응이 높다”며 “소유 가치가 있는 작품에 투자도 잘 하는 MZ 세대 특성상 수 천만원짜리 작품도 곧잘 판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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