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언론에 재갈 물리겠다는 與

"안티슬랩도 없나" 언론재갈법 핵심 찌른 외신기자의 의심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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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김용민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김용민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의 외신 기자 간담회에선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핵심을 찌르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국경없는기자회(RSF) 등의 우려가 “뭣도 모르니까” (송영길 대표)나온다는 민주당의 인식과는 달랐다. 특히 미국에서 이미 사회 문제로 대두되어 온 ‘전략적 봉쇄 소송’(SLAPP·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남용 가능성 등에 질문들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다. 

간담회에서 한 외신기자는 “미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나라는 법의 악용을 막기 위해 ‘안티슬랩(전략적 봉쇄 소송 방지, Anti-SLAPP)’ 조항을 담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부분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고 물었다.

일명 ‘입막음용 소송’이라 불리는 전략적 봉쇄 소송은 승소보다 비판을 위축시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을 말한다. 비용·정신적 압박을 가해 언론사와 기자들이 부담을 느끼게 하는 게 전략적 목표다. 결과적으로 보도·취재 활동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2019년 기준 미국 29개주에선 안티슬랩 조항을 두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목적의 소송을 법원이 조기에 각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우린 정치인과 대기업을 다 징벌적 배상 대상에서 빼는 등 면책 규정을 폭넓게 두는 방식을 택했다. 또 소송비용도 패소한 쪽이 물어줘야 해 전략적 봉쇄 소송의 실익이 높지 않다”고 반박했다. 안티슬랩 조항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통과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국내에선 전략적 봉쇄 소송 사례들이 거론 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 출신인 권영국 변호사는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언론이 쿠팡 물류센터 사망사건을 집중 보도하자 악의적 보도라며 기자 개인들을 상대로 5000만원에서 1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우리는 이것을 전략적 봉쇄소송이라고 한다”고 썼다. 이어 “민주당이 발의한 징벌적 손배제는 기업이나 유명인의 전략적 봉쇄소송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계에서는 이 때문에 안티슬랩 법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안티슬랩 조항으로 언론중재법의 폐해를 무마하는 건 역부족”(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 교수는 “안티슬랩 조항은 미국의 민사소송법상 조기각하 제도와 조화를 이뤄 효력을 내는 것인데, 우리나라에는 민사 조기각하 제도가 없다”“더욱이 우리나라에선 입막음 소송이 대부분 검찰 고발 등 형사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 사실적시 명예훼손도 처벌하기 때문에 미국에 비해 제약이 많다.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김용민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김용민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이라 부르는 민주당을 향해 ‘대체 뭐가 가짜뉴스냐’고 묻는 모습도 연출됐다. 구체적으로는 “같은 사안을 보도하더라도 언론사에 따라 다른 분석을 할 수 있는데, 대체 무엇을 ‘가짜뉴스’라고 할 수 있나?”(Two papers can report the same story, come up with completely different analysis. What is fake news?)는 질문이었다.

근본적인 의문에 김용민 의원은 “증거에 의해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게 사실보도라고 법에 규정돼 있다”고 말했지만 한준호 의원은 “전세계적으로 페이크뉴스(가짜뉴스) 정의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내부 통일이 되지 않는 모습을 드러냈다. 실제 ‘가짜뉴스’란 단어는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용하며 널리 알려졌지만, 정식 법률 용어는 아니고 학계에서도 아직 일관된 정의를 내리지 못한 상태다.

특위 관계자들의 답변은 오히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불렀다. “개정 언론중재법 통과시 최순실 씨가 민간인 신분으로 언론사를 허위·조작 보도로 고발하면 진실을 밝힐 수 있느냐”는 의문에 김용민 의원은 “공공의 이익 위해 사실이라 믿었다고 하면 징벌이 아니라 그냥 손배조차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공익에 부합하면 징벌적 손배에서 배제된다고 했는데, 실제 겪는 일을 바탕으로 보면 공익 부합 여부가 굉장히 모호하다”(중국 인민망 기자)는 질문이 나왔다. 김 의원은 “공익이냐 아니냐 판단은 법원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쟁점 가득한 법안을 속도전 자체도 외신 기자들에겐 의문의 대상이었다. 일본 산케이신문의 기자는 “외신 법적용 문제는 문체부와 의견 정리도 안 된 상태에서 왜 30일에 통과시키려 하나. 상임위원장 바뀌는 것 빼고 합리적 이유가 있을 걸로 생각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준호 의원은 “숙의 과정이 길었고 많은 토론과 공청회를 거쳤다는 걸 인지해달라”고 반응했다. 주요 독소 조항들은 지난 6월 추가됐음에도 민주당 내부의 논의 기간이 길었으니 문제 없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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