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리셋 코리아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민간 기업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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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 교수·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 교수·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1991년 12월 25일 옛 소련이 해체되고 이후 동유럽 국가들이 경험한 대규모 변혁은 경제학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경제학은 현실의 경제 상황이나 제도가 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변화를 설명하고 예측하는 학문이다. 소련 붕괴는 경제학자들에게 제도 변화의 효과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실험 기회를 제공했다.

소비에트 연방에 포함된 여러 국가가 독립 과정에서 경험한 큰 변화 중 하나는 공기업 민영화였다. 오랜 시간을 거쳐 공공부문 고용이 민간부문 고용으로 전환됐다. 다수의 경제학 논문은 1990년대 이후 축적된 이들 국가의 기업 자료를 바탕으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고용의 장기적 차이를 비교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공무원 늘었으나 민간 고용 악화
기업이 뛸 수 있는 운동장 넓혀야

논문들에 따르면 민영화 이후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크게 향상됐다. 이는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과 이윤 상승, 이에 따른 투자 증대와 규모 확대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결국에는 기업 성장으로 이어졌다. 어느 나라에서나 민영화 과정에서 겪는 사회경제적 갈등은 공공부문에 고용돼 독점적 수익을 나누고 있는 노동자 해고와 임금 삭감 우려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 연구들은 장기적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기업 성장과 규모 확대가 가능하고, 고용과 임금 증가가 발생했다고 보고한다. 민간부문에서의 고용 확대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과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다.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집권 등 지난 5년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던 격동적 정치·경제 변화는 제조업 분야에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정치적 결집이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이는 불안정한 고용의 대가가 얼마나 큰지 다시 일깨워주는 사건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내걸고 출범한 것도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지난 4년간 현 정부가 추구한 정책 방향은 생산성 향상과 성장을 주도하는 민간부문 고용 증대에 초점을 두었다고 보기 힘들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부문의 상시근로자 수는 2012~16년엔 연평균 0.8% 증가했지만, 2016~20년엔 3.5% 증가했다. 더욱이 공공부문 고용 증가는 노령층과 아르바이트 같은 단기간 고용 형태의 증가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전일제 근로자 비율은 2016년 65% 이상에서 2020년 58%로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60세 이상 고용률은 39%에서 42%로 확대됐다.

사회안전망처럼 정부만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고, 코로나19 사태로 경기부양 정책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재정 지출 확대 방법이 아닌 공공부문 고용 증대는 그 해법이 아니다. 비단 저생산성 문제뿐 아니라, 공공부문 고용 증가를 위한 비용은 차후 조세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이는 미래 세대의 조세 부담으로 귀결되고, 급격한 공무원 증가로 인한 미래 공무원연금 부담 증가는 재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고용의 지속적 증대에 기반을 둔 경제성장을 주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 해법은 민간부문에서 자율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기업이 스스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어 전력 질주할 수 있도록 넓은 운동장을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일이다. 민간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기업이 더 많이 생기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일자리 창출의 왕도(王道)다. 최근 삼성그룹이 향후 3년간 4만 명을 새로 고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긍정적 신호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정부의 묵시적 압력에 의해 민간기업의 주요 사안이 결정되는 듯한 모습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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