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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언론징벌법’ 강행 처리 당장 멈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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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언론계·학계·법조계는 물론 정의당도 반대  

당과 대통령, 민주주의 훼손 비판 받을 것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밤 언론중재법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당 대표 토론회 당시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밤 언론중재법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당 대표 토론회 당시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언론징벌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 예정인 민주당이 끝까지 강행 의사를 밝힐 경우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저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회법상 9월 1일 정기국회 본회의에 법안이 자동 상정되면 소수 의석을 지닌 야당이 막을 수단은 없어진다. 그런 만큼 민주당이 9월 초 처리 시도를 포함해 해당 법안의 강행 처리를 즉각 멈춰야 한다.

그 이유는 여당 스스로 여론 수렴을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강경파 의원들이 포진한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가 최근 외신기자 30여 명을 상대로 연 간담회에서 쓴소리가 쏟아졌다. “국내외 언론 매체의 99%가 반대하는 것 같은데 강행하는 이유가 뭐냐” “민주당에 비판적인 언론사를 겨냥해 만든 법인가” “가짜뉴스가 더 많이 발생하는 1인 미디어는 왜 빠졌나” 같은 질문이 나왔다. 간담회에서 민주당 측은 외신도 대상인지에 대해 정부 부처와 다른 답변을 내놓아 얼마나 조율이 안 된 법안인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1개월 뒤 긴급조치 해제와 언론 자유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렀다가 지난 27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도 최후 진술에서 민주당을 질타했다. 그는 “(재심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언론 자유 논란에 좋은 시사점이 될 것”이라며 “집권 세력이 언론중재법을 만들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행 처리하면 국민의 거대한 저항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전 정권의 불행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취임 이후 중도적 노선을 보인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언론중재법에 대해선 강경 일변도다. 그는 국경없는기자회의 반대 성명에 대해 “뭣도 모르니까”라고 말해 논란을 낳았다. 송 대표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오늘 밤 언론중재법을 놓고 생방송 토론을 벌인다. 토론을 통해 최대한 명분을 쌓은 뒤 강행처리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여권 내에서 나오고 있는 우려를 간과해선 안 된다.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민주당 안을 일방 처리하면 민주주의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된다”고 했다.

민주당 개정안의 문제점은 이미 언론계·학계·법조계는 물론 정의당까지 나서 충분히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도부가 강행 처리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강경 지지층의 눈치를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대선은 골수 지지층만으로 치르는 게 아니다. 이대로 밀어붙이면 폭주하는 민주당과 침묵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