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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군 장병에 ‘노 마스크 실험’ 위험천만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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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주요 지휘관 보고 회의에서 병영에서 노 코로나 실험을 지시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회의에는 문 대통령, 유영민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이 참석했고 서욱 국방부 장관과 군 수뇌부가 참석했다. 대통령의 실험 지시에 의사 출신인 이진석 국정상황실장과 기모란 방역기획관이 개입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주요 지휘관 보고 회의에서 병영에서 노 코로나 실험을 지시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회의에는 문 대통령, 유영민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이 참석했고 서욱 국방부 장관과 군 수뇌부가 참석했다. 대통령의 실험 지시에 의사 출신인 이진석 국정상황실장과 기모란 방역기획관이 개입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사진 청와대]

대통령 지시로 질병청도 모른 채 추진

서둘러선 안 되고, 투명한 논의 거쳐야

문재인 대통령이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병영에서 ‘노 마스크 실험’을 비공개 지시함에 따라 국방부가 실제 실험을 검토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대통령 지시를 코로나19 방역의 핵심인 질병관리청조차 몰랐다니 매우 우려스럽다.

청와대와 정부는 그동안 문 대통령의 병영 노 마스크 실험 지시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으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제보를 받아 지난 27일 공개하자 뒤늦게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군 주요 지휘관 보고 자리에서 군내 접종률이 94%를 넘었으니 집단면역 효과, 변이 바이러스 대응성, 감염자의 치명률 등에 대한 관찰과 테스트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대통령 지시를 근거로 명시하며 ‘병영의 코로나 방역 완화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공문을 지난 18일 질병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전달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런데 질병청은 “병영 내 위드 코로나 추진에 관해 (대통령 지시 전에)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혀 방역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질병청도 모르게 대통령 지시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 의원은 “국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이 K방역 홍보를 위해 병사들을 생체 실험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생체 실험이란 표현은 과도하다”고 반박했지만,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이 “집단으로 돌파감염이 생기면 누가 책임질 거냐”는 댓글을 쏟아내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대통령 지시 내용과 의사결정 과정이 모두 부적절했다고 비판한다. 의료계 전문가는 “의사 출신인 이진석 국정상황실장과 기모란 방역기획관이 대통령의 실험 지시에 개입했다면 의사로서 연구윤리 위반이고, 의사들의 참여 없이 결정했다면 정치 방역”이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는 90% 이상 접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접종률 94%가 넘는 병영에서 노 마스크 전략이 성공해도 일반 국민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 “민간에서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공존)로 가더라도 마스크 쓰기를 병행하며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어떤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 이런 중요한 지시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 일부 측근의 말만 듣고 장병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면 위험천만한 일이다. 앞서 청해부대 파병 장병들의 집단감염 참사에서 이미 정부가 장병 안전을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금도 일부 군인은 화이자 백신을 1차 접종한 지 4주를 넘겨도 백신이 부족해 2차 접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민 몰래 노 마스크 실험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에게 백신 접종부터 마치는 것이 정부가 먼저 할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