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건강한 가족] 디지털 X선으로 ‘0기 암’ 잡아내고, 3차원 영상으로 미세 암세포 정밀 타격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00:05

업데이트 2021.08.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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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잡는 첨단 의료기기
 조기 진단·치료는 암(癌)을 이기는 ‘필승 전략’이다. 암이 진행하기 전 ‘싹’을 자르면 생존율 향상은 물론 재발·후유증 위험까지 동시에 낮출 수 있다. 최근에는 1기도 되기 전 0기에서 암을 발견하고, 방사선 노출량을 절반 이하로 줄이면서 수㎜ 크기의 암세포를 발견할 만큼 기술이 진보했다. 암 잡는 첨단 의료기기의 세계를 조명한다.

한국인이 기대수명(약 83세)까지 살 경우 10명 중 4명은 암에 걸린다. 유전·환경적 요인이 고루 작용하는 만큼 암을 완벽히 예방하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무조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암도 알고 보면 ‘치료 공식’이 분명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크기가 커지거나, 주변 조직으로 퍼지기 전 조기에 치료하면 평균 90% 이상(췌장암 제외)은 완치가 가능하다.

치밀 유방도 검사 정확성 높아

암 조기 진단의 핵심은 ‘특성화 전략’이다. 정상 조직과 암을 구분하면서 방사선 노출 등 환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진단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유방암의 경우 조기 진단에 주로 X선을 활용한다. 유방을 압착한 뒤 X선을 조사하면 지방 등 정상 조직은 검게, 암세포는 하얗게 나타나 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유방암 세포는 증식하는 과정에 작은 칼슘 덩어리(미세 석회화)를 만드는데, X선으로 이를 파악하면 암이 퍼지기 전인 0기(상피내암)에서도 진단·치료가 가능하다. 0기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은 100%에 육박한다.

관건은 해상도다. 한국인은 유방에 유선(젖샘)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치밀 유방’이 많은데 X선 촬영 시 유선도 암처럼 하얗게 보여 구별이 어렵다. 이때 적용하는 의료기기가 ‘맘모맷’과 같은 디지털 유방 단층 촬영 장비다. 한 방향이 아닌 좌우 25도씩 다각도로 X선 촬영을 한 다음, 이를 3차원으로 재구성해 주는 ‘똑똑한’ 장비다. 유방 조직을 ㎜ 간격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음영을 조절하거나 화면 크기를 키워도 영상이 깨지지 않아 훨씬 정확한 검사가 가능하다.

간암은 자기공명영상(MRI)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간은 호흡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 숨을 참아야 하는 MRI로는 암을 진단하기가 까다로웠다. 초음파·컴퓨터단층촬영(CT)보다 정밀한 영상을 제공하지만 호흡 조절이 어려운 고령층이나 아이, 의식 불명의 응급 환자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았다.

최근의 MRI는 다양한 영상 처리 기술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우선 ‘바이오 매트릭스’와 ‘컴프레스드 센싱’이란 기술이 있다. 환자가 눕는 MRI 테이블에 호흡 패턴을 측정하는 센서를 장착, 숨 쉴 때마다 달라지는 장기 위치·각도를 자동 보정해 마치 정지한 것처럼 선명한 영상을 구현한다. 다음은 ‘트위스트 바이브’란 기술이다. MRI 촬영 시 혈관에 투입하는 조영제의 흡수·배출량을 수초~수분 단위로 촬영해 간암 세포 특유의 혈관 분포와 세포 분화도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촬영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물론 초음파·CT와 비교해 절반 이상 적은 3~5㎜ 크기의 암세포도 찾아낼 정도로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실제로 국내 연구팀이 간암 위험이 높은 간 경변 환자 407명을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MRI로 정기 검사를 시행한 그룹은 초음파 검사를 받은 그룹보다 암 조기 발견율이 3배가량 높았다.

방사선 노출량 최대 60% 감소

폐·위·대장 등 대부분의 암 진단에 쓰이는 CT도 첨단 기술을 만나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 촬영한 다수의 CT 영상을 입력·학습시켜 방사선 노출량을 최대 60%가량 줄이고도 일반 촬영에 버금가는 선명한 영상을 뽑아낸다. 10초 내로 전신 촬영을 완료하고, 환자의 키·체격을 고려해 검사 범위와 테이블 높이를 자동 조절하면서 방사선 노출량을 줄이는 CT 장비도 개발·보급되고 있다.

진단 기기의 발전에 맞춰 암 치료의 모습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2차원 영상을 토대로 방사선 치료를 진행했지만, 지금은 CT·MRI 영상을 통합해 3차원으로 방사선의 방향·위치를 조절하는 ‘3차원 입체 조영 방사선 치료’가 주류를 이룬다. 정상 조직을 보존하면서 암세포만을 정교하게 타격할 수 있어 구토·탈모 등 부작용이 적고 치료 효과는 크다. 높은 정확도를 기반으로 X선 대신 고에너지의 양성자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기도 출시돼 보급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암 진단·치료 기기의 융합은 가속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인 독일의 지멘스 헬시니어스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9000대 이상의 방사선 암 치료기를 공급한 미국의 베리언사를 인수하며 암 분야 ‘디지털 헬스케어’ 구축의 신호탄을 쐈다. 이명균 지멘스 헬시니어스 한국법인 대표는 “암의 조기 진단에서 치료까지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면 환자에게 보다 정확하고 편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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