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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면역력 강화 효과 홍삼, 당뇨약과 함께 먹으면 저혈당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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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맞는 건강기능식품 선택법

음식이나 약에만 궁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 원료로 만든 건강기능식품에도 ‘바늘과 실’처럼 서로 맞는 궁합이 있다.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건강기능식품 선택에 더 주의해야 한다. 내 몸 상태와 맞지 않으면 매일 챙겨 먹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의 상호 작용 때문이다. 약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거나 출혈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식이다.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건강기능식품은 없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실시한 건강기능식품 소비자 인식도 조사에서 한국인 10명 중 7명은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해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을 때다. 질병 치료를 위해 먹고 있는 약이 각종 기능성 원료와 상극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란색과 파란색을 섞으면 전혀 다른 초록색으로 변하는 것처럼 두 가지 이상 성분이 체내에서 복합적으로 반응해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식약처 건강기능식품정책과 손영욱 과장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내 몸에 맞는 건강기능식품을 고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기식 복용 전 먹는 약부터 점검해야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는 인삼·홍삼이다. 인삼·홍삼의 생리활성물질인 진세노사이드(인삼 사포닌)는 면역력을 증진하고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엔 뼈 건강 기능성도 인정받았다. 여러 연구에서 진세노사이드는 혈소판 응고를 떨어뜨리고 인슐린 분비 기능을 높여 혈당을 낮추는 약리적 효과를 확인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서희선 교수는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으로 약을 먹고 있는데 홍삼·인삼을 고농도로 농축한 건강기능식품을 지속해서 먹으면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먹고 있는 약의 안정적인 약효 발현을 방해하는 식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약효가 강하게 작용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그만큼 부작용 위험도 커진다. 더 많이 혈당이 떨어져 저혈당이 발생하거나 혈액이 묽어지면서 출혈 위험이 증가한다.

특히 약을 먹지 않고도 혈당을 낮출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건강기능식품은 약을 대신할 수 없다. 약과 비슷한 효능을 가졌다고 약 복용을 소홀하면 오히려 질병이 악화해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일부 항암제(이매티닙)와 인삼 제품을 같이 먹었다가 간독성이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다. 식약처에서도 당뇨병 치료제나 와파린·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등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을 땐 인삼·홍삼 건강기능식품 섭취를 주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홍삼은 장기간 먹으면 유해 영향이 발생할 수 있어 지속적인 사용 기간을 6개월 미만으로 제한하도록 했다. 서 교수는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의사·약사에게 구체적인 건강기능식품 복용 여부를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혈관 환자, 녹차·마테 추출물 피해야

장내 유익균 증식을 도와 장 건강을 지켜주는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으면 위험한 사람도 있다. 항암 치료 등을 위해 중심 정맥관을 삽입했거나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고 있는 경우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살아 있는 균을 활용한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창환 교수는 “면역 체계가 현저히 약해져 있으면 프로바이오틱스가 세균처럼 작용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궤양성 대장염으로 인플리시맙 등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사람이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로 균혈증이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다.

간세포를 보호하는 밀크씨슬(실리마린)은 간에서 의약품이 분해하는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론적으로 아스트아미노펜처럼 간에서 의약품이 분해되는 약과 밀크씨슬을 함께 복용하면 약의 유효 성분이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부작용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여성은 밀크씨슬 복용에 더 주의한다. 엉겅퀴 등 국화과 식물에서 추출하는 밀크씨슬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 유방암 치료 등을 위해 타목시펜과 함께 먹으면 몸에서 약이 흡수되는 양이 늘어날 수 있다. 유방암·자궁암·자궁근종 등으로 호르몬에 민감하다면 밀크씨슬 복용을 조심해야 한다.

다중 기능성으로 주목하는 오메가3는 뇌졸중 치료를 받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들은 와파린·리바록사반 등 항응고제를 항상 복용하고 있어 피가 났을 때 혈액이 뭉치는 응고 능력이 약한 상태다. 뇌졸중 재발 우려가 높아 피를 묽게 해 혈관을 막는 혈전(피떡)이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오메가3도 혈전을 녹이는 효과가 존재한다. 약효 상승 작용으로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수술을 앞두고 있을 때도 피가 잘 멈추지 않을 수 있어 오메가3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협심증·부정맥 등 심혈관 질환자는 녹차·마테 추출물을 먹으면 득보다 실이 많다. 이들 기능성 원료는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다량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류종훈 경희대 약학과 교수는 “살을 빼려다 심혈관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차·마테 추출물 속 카페인은 각성 효과로 심장이 빨리 움직이면서 혈압을 높인다. 특히 심혈관의 수축력을 떨어뜨려 혈압을 낮추는 베타차단제의 효과를 상쇄한다. 심장 수축성이 증가해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심장이 멈춘 응급 상황에 쓰는 에피네프린 주사도 마찬가지다. 녹차·마테 추출물의 카페인과 상호 작용으로 고혈압·뇌졸중 등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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