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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고혈압 전 단계도 조심, 심장혈관 막힐 위험 1.37배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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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병원리포트  서울아산병원 이승환·이필형 교수, 세종충남대병원 윤용훈 교수팀

고혈압은 각종 심뇌혈관 질환의 대표적인 위험 인자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를, 미국은 수축기 혈압이 13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0㎜Hg 이상인 경우를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미국의 고혈압 1단계는 우리나라에서 고혈압 전 단계에 해당한다. 미국심장협회·학회가 2017년 고혈압 진단 기준을 낮췄지만 우리나라는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차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고혈압 진단 기준은 20여 년간 변화가 없었다. 세계적으로 고혈압 진단 기준을 낮추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이를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고혈압 진단 기준 변화의 근거가 될 만한 연구가 발표돼 주목받는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승환·이필형 교수, 세종충남대병원 심장내과 윤용훈 교수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고혈압 전 단계와 정상 혈압을 대상으로 관상동맥경화증의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고혈압 전 단계의 관상동맥경화증 발생 위험이 1.37배 더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7~2011년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관상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수검자 중 심장 질환과 항고혈압제를 복용한 경험이 없는 466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을 미국 고혈압 진단 기준에 따라 정상(120/80㎜Hg), 고혈압 전 단계(120~129/80㎜Hg), 1단계 고혈압(130~139/80~89㎜Hg), 2단계 고혈압(140/90㎜Hg)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관상동맥경화증 유병률이 정상 혈압과 비교해 ▶고혈압 전 단계 1.12배 ▶1단계 고혈압 1.37배 ▶2단계 고혈압은 1.6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나라에서 고혈압에 해당하지 않는 고혈압 전 단계(미국 기준 1단계 고혈압)에서도 관상동맥경화증 유병률이 눈에 띄게 높았다.
 앞서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에서도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 혈압을 낮출수록 심혈관 질환 발생률과 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한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승환 교수는 “관상동맥경화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상태로, 심장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협심증·심근경색·심부전·부정맥 등의 심장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번 연구로 고혈압 전 단계가 관상동맥경화증과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만큼 향후 국내 고혈압의 진단 기준을 재설정하고 심뇌혈관 질환 예방 전략을 수립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고혈압학회지’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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