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 Review] 재난지원금 풀리면 물가 또 들썩…추석 차례상 쇼크 오나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00:04

업데이트 2021.08.30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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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박모(54)씨는 지난 27일 마트에 갔다가 과일값에 놀랐다. 박씨는 “추석용 과일이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비싼 것 같았다”며 “차례상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식구들이 모이면 100만원 이상은 들 것 같아 차라리 명절 가족모임이 금지되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계속된 밥상 물가 상승에 재난지원금과 배달쿠폰 지급까지 가시화하면서 추석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배(신고 10개)의 소매 가격은 24일 기준 5만250원이다. 1년 전 3만5595원보다 41.2%가 올랐다. 지난해 배 가격은 평년(3만4429원)보다 1000원 이상 비쌌지만, 그보다도 급등한 것이다. 사과(후지 상품 10개)는 26일 기준 소매가 3만710원을 기록했다. 1년 전(2만6930원)보다 14.0% 비싸다. 사과와 배는 추석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과일이다. 쌀(일반계 20㎏)은 27일 6만1623원으로 1년 전 5만2479원에서 17.4%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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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 상승세도 만만찮다. 한우 등심 100g은 1만3040원으로, 전년 대비 8.5%가 올랐다. 삼겹살은 27일 100g 기준 2693원으로, 1년 전(2326원)보다 15.8%가 급등했다. 최근 강원도 고성·인제에 이어 홍천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하면서 삼겹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3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9월 20~22일)를 앞두고 정부는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지만 계속해서 정부 지출을 늘리고 있어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추석 전’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힌 재난지원금(상생 국민지원금)이 물가에 변수가 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소비심리를 자극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계속해서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등으로 인해 돈이 풀리면 물가가 급속도로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정책으로 인한 물가상승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재난지원금 지급) 스케줄을 ‘추석 전’이라고 못 박는 건 추석 여론을 포기 못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직후부터 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돼지고기 물가는 전년보다 12.2%, 1달 전보다 11.2% 상승했다. 소고기는 1년 전보다 6.6%가 올랐다. 당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0.3% 하락해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지만,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만 오른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6월에도 이어졌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는 최근 코로나19 방역 상황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명절 귀향객이 줄어들면 그만큼 농·축산·수산물 선물 수요가 늘어서다. 실제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지난해 추석은 청탁금지법 선물 가액까지 상향하면서 농·수산 선물 매출이 2019년 추석보다 7% 증가했었다. 특히 이 기간 10~20만원대 고액 선물 매출은 10% 더 늘었다.

◆정부 “추석 물가 잡기에 총력”=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최근 물가관계차관 회의에서 “추석 민생 안정 대책 최우선 과제인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16대 성수품 일평균 공급량을 평시보다 1.4배 확대하겠다”며 “추석 물가 상황을 매주 점검하는 등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추석을 맞아 30일부터 정부 비축 수산물 6종(명태·고등어·오징어·갈치·참조기·마른멸치) 9227t을 공급한다고 29일 밝혔다. 시중가보다 10~30%가량 싼값에 푼다. 대형유통업체와 전통시장에 먼저 제공한 뒤 남는 물량은 도매시장 전자입찰방식으로 배정한다. 전통시장에서 가장 빨리 구할 수 있고, 시중 대형마트에선 다음 달 9일부터 살 수 있을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배추·무·사과·배 등에 대한 비축 물량을 풀어 기존보다 공급량을 2.4배 늘린다. 축산물도 출하 시기 등을 조정해 소고기는 평상시 대비 1.6배, 돼지고기는 1.25배까지 공급량을 늘린다. 소고기는 예년보다 10%가량 수입 물량을 늘리고, 다음 달 벨기에산 돼지고기 수입을 재개한다.

값이 많이 오른 쌀과 계란 등은 특별 관리한다. 쌀은 잔여 물량 8만t을 공매해 이달 말부터 시장에 공급한다. 달걀은 다음 달 1억 개를 추가 수입한다. 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을 도살 처분한 농가는 추석 전까지 어미 닭이나 병아리를 다시 들일 수 있게 절차를 마무리해 줘 공급 확대를 지원한다.

또 20~30% 할인이 가능한 농·축·수산물 할인쿠폰의 절반 이상을 추석 성수기 기간에 집중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사용 한도도 1만→2만원으로 늘린다. 한우와 한돈도 자조금을 활용해 최대 20% 싸게 살 수 있는 할인 행사를 한다. 중소 과일 특별 할인판매(10만 세트, 20%), 수산물 할인 행사(20%)도 추석 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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