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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누르자 레지던스로, 청약 경쟁률 6000 대 1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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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생활형 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 조감도. 청약 경쟁률은 평균 657대 1이었다. 주거용으로 쓸 수 없다. [사진 롯데건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생활형 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 조감도. 청약 경쟁률은 평균 657대 1이었다. 주거용으로 쓸 수 없다. [사진 롯데건설]

부동산 시장 주변의 부동자금이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 분양까지 흘러가고 있다. 레지던스는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비쌀 뿐 아니라 주거용으로 쓸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일부 레지던스의 청약 경쟁률은 수백 대 1을 웃돌았다.

롯데건설은 지난 25~27일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생활형 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청약을 받았다. 876실 모집에 57만5950건이 접수했다. 경쟁률은 평균 657대 1이었다.

전용면적 111㎡은 최고 경쟁률(6049대 1)을 기록했다. 13호실 모집에 7만8000여 명이 몰렸다. 해당 시설의 최고 분양가는 20억9400만원이었다. 비슷한 면적의 주변 아파트(마곡엠벨리 7단지 전용면적 114㎡) 시세는 17억3500만원 수준이었다.

롯데건설은 29일 청약 당첨자를 발표했다. 그러자 서초구 양재동의 견본주택에는 당첨자와 매수 대기자가 몰리기도 했다. 익명을 원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당첨자와 매수자를 현장에서 연결하는 이른바 ‘떴다방’이 등장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건축법에 따른 주택이 아니다. 호텔 같은 숙박시설에 투숙객의 편의를 위해 주방 등을 갖춘 공간이다. 생활형 숙박시설을 운영하려면 숙박업 신고를 해야 한다. 일반적인 아파트나 오피스텔 분양과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부동산 업계에선 생활형 숙박시설에 주택 관련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리고 투기 수요가 많이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당첨자는 1차 계약금 1000만원을 낸 뒤 한 달 안에 2차 계약금을 납부한다. 이때부터 다른 사람에게 분양권을 되팔 수 있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번 청약을 앞두고 전매 방법을 묻는 말이 여러 건 올라왔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박모씨는 “주변 지인이 청약 신청금 200만원을 내고 당첨되면 곧바로 프리미엄 수천만원을 붙여 전매할 수 있다며 청약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레지던스를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불법 행위를 적발하면 정부는 매년 집값의 최고 10%를 이행 강제금으로 물린다. 지난 5월에는 레지던스에 숙박업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건축법 시행령을 고쳤다. 다만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레지던스를 주거용 오피스텔로 전환할 수 있게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국토교통부는 분양 사업자가 생활형 숙박시설을 분양할 때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숙박업 신고 대상이란 점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으로 관련 법령 개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선 이달 초 생활형 숙박시설인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을 분양했다. 이곳의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높은 9억4800만~11억7700만원이었다. 160실(전용면적 165~187㎡) 모집에 13만8000여 건의 청약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부산시 동구에서 생활형 숙박시설 롯데캐슬 드메르의 분양을 진행했다. 1221실 모집에 43만여 건을 접수했다. 평균 경쟁률은 356대 1이었다. 이곳의 전용면적 335㎡(분양가 40억3340만원) 중에는 5억원의 웃돈이 붙은 매물도 나왔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건설사들이 분양가 상한제 등 아파트 규제를 피해 레지던스 같은 틈새 상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이 규제가 덜한 상품으로 몰리는 것도 (청약 경쟁률이 높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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